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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그대를 생각하며 밤을 마주할 때 나는 비밀이 된다. 무엇으로도 해독할 수 없는 암호가 된다. 그대는 오래 전부터 내게 비밀이었다. 내가 밤을 사랑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 그리하여 밤의 몸과 밤의 살갗과 밤의 온기를 나는 사랑한다. 밤에 그대는 어둠 속으로, 비밀 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p.93-94 한 사람을 위해서만 쏟아지던 감정이 갈 곳을 잃고 마음속에서 넘쳐나고 있었다. ... 그 집 식구들은 모두 스물넷에서 서른두 살 사이의 사람들이었다. 인생의 정거장 같은 나이. 늘 누군가를 새로 만나고 또 떠나보내는 데 익숙해져야만 하는 나이. 옛 가족은 떠났으나 새 가족은 이루지 못한 나이. 그 누구와도 가족처럼 지낼 수 있으니 다음날이면 남남처럼 헤어질 수 있는 나이. p.136-137 = 인생의 정거장에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밤을 지나고 있다. 안녕과 안녕 사이에서 시간은 어떻게든 부지런히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