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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 청혼

청혼 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도 그랬듯 미래에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 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조각처럼 = 신의 아들은 인류를 위해, 사랑에 빠진 남자는 단 한 여자를 위해 피를 흘리며 쓴 잔을 마신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몽글거리는 기분과 그 완전한 감정 안에서 오는 차분한 평안,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모두 담긴 시다. 간단한 시어들이 잔잔히 흘러가는데 톡 하고 터지는 순간이 있다. 슬프도록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