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이 겨울인 게시물 표시

샤이닝 (1980)

이미지
샤이닝 The Shining, 1980 공포 ,  미스터리 영국 120분 스탠리 큐브릭 잭 니콜슨 (잭 토랜스),  셜리 듀발 (웬디 토랜스) Maybe things that happen leave other kinds of trace behind. Not things that anyone can notice, but things that people who SHINE can see; just like they can see things that haven't happened yet. Sometimes they can see things that happened a long time ago. I think a lot of things happened right here in this particular hotel over the years. And not all of them was good.  Some places are like people: Some shine, some don't. I corrected them sir.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   Wendy Darling, light of my life, I'm not gonna hurt ya. I'm just going to bash your brains in! redrum, redrum, REDRUM! Wendy, I'm Home! = 영화의 제목은 샤이닝. 샤이닝이라는 단어는 오버룩 호텔에 도착한 대니와 홀로랜이 교감하는 장면에서 단 한번 등장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어떤 일을 미리 보거나, 과거사가 남긴 흔적을 민감하게 알아채는 사람들, 특별한 사람들(the shining)만이 그걸 할 수 있다고 했다.  영화의 주제가 여기 함축돼 있

이장욱, 얼음처럼

이미지
얼음처럼 이장욱 나는 정지한 세계를 사랑하려고 했다.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세계를 나는 자꾸 물과 멀어졌으며 매우 견고한 침묵을 갖게 되었다. 나의 내부에서 나의 끝까지를 다 볼 수 있을 때까지 저 너머에서 조금씩 투명해지는 것들을. 그것은 꽉 쥔 주먹이라든가 텅 빈 손바닥 같은 것일까? 길고 뾰족한 고드름처럼 지상을 겨누거나 폭설처럼 모든 걸 덮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가위바위보는 아니다. 맹세도 아니다. 내부에 뜻밖의 계절을 만드는 나무 같은 것 오늘 아침은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하다 는 생각 같은 것 알 수 없이 변하는 물의 표면을 닮은. 조금씩 녹아가면서 누군가 아아, 겨울이구나. 희미해. 중얼거렸다.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문학과지성사> = 이장욱 시인의 시집.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곱씹으며 읽을 수 밖에 없는 시들이 즐비했다. 한 편 한 편, 문장마다 들어선 시어들은 단정하고도 깊숙하게 마음을 울렸다. '얼음처럼'이라는 이 시에 시집의 제목이 등장한다. 겨울에 읽으니 계절감이 더했다. 알 수 없이 모호한 것들, 모든 것이면서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이 각자의 내면에서 차츰 투명해지고 또 단단해진다. 결코 영원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모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수려한 시들 가운데서 유독 표지에 적힌 시인의 말이 와닿았다. 아래와 같다.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하다 고 중얼거렸다. 그것이 차라리 영원의 말이었다. 물끄러미 자정의 문장을 썼다. 나는 의욕을 가질 것이다." 참고로 읽음직한 한겨레 토요판 시 코너의 이장욱 시인 글. '책보다 소중한 것들'

남과 여 (2015)

이미지
남과 여 A Man and A Woman, 2015 멜로/로맨스 한국 115분 2016 .02.25  개봉 이윤기 전도연 (상민),  공유 (기홍) 우리 제대로 가고 있는 거예요? 우연, 아니죠? 음.. 반반? 사는 게 왜 이렇게 애매한지 모르겠다.  기억하지 않는 게 더 좋은 기억도 있어요.  고마워.  뭐가? 그냥, 다. It's better not to know.  = 불륜 미화냐 아니냐 논쟁이 있다. 그 나쁜 소재를 가지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논쟁이라도 시작할 수 있었을 테다. 불륜 소재 자체에 대한 호오를 떠나, 분명 잘 만든 영화다. 남과 여. 제목을 아주 잘 지었다. 낯선 세계로 여자를 이끌던 남자는 앞 뒤 잴 것도 없이 미친놈처럼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그러나 결국 책임을 방패 삼아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은 채 제 감정을 거둬들인다.  남자가 정신없이 빠져드는 동안 여자는 재고, 따지고, 밀어내고, 또 생각한다. 가까쓰로 그 사랑을 택하고 모든 것을 내던졌을때는 이미 남자가 등 돌린 뒤다.  누가 더 나쁘다 탓하기도 힘들 정도로 겨룰 것 없이 나쁜 년놈들이라지만, 아무래도 더 나쁜 쪽은 남자인 것 같다. 흔들 대로 흔들어놓고, 도망쳐버렸으니까. 남자는 무모했지만 용기가 없었다. 모순적이고 비겁하다.  두 주인공의 넉넉한 재력과 아름다운 외모를 빼면 영화는 매우 현실적으로 흘러간다.  애매한 남자가 초점 없는 눈으로 옛날의 그 길을 가는 동안, 모든 걸 던져버린 여자는 설원 위로 돌아와 새 출발을 한다. 모르는 게 나은 것, 기억하지 않는 편이 좋은 추억들을 생각하며 여자는 삶이 흔들리기 시작한 그 지점에서 다시 견고하게 삶을 쌓아 나갈 것이다.  어느 쪽으로건 자신의 인생을 다 걸 줄 아는 사람에게 허락된 새로운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