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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네프의 연인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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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네프의 연인들 (1991) Les Amants Du Pont-Neuf, The Lovers On The Bridge Director:   Leos Carax Writer:   Leos Carax Stars:   Juliette Binoche ,  Denis Lavant ,  Daniel Buain   | 온 도시가 음악으로 가득 찼어.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일 아침 '하늘이 하얗다'고 해줘.  그게 만일 나라면 난 '구름은 검다'고 대답할 거야.  그러면 서로 사랑하는지 알수 있는 거야 Quelqu'un vous aime. Si vous aimez quelqu'un vous lui dit demain: "le ciel est blanc".  Si c'est moi je reponds "mais les nuages sont noirs".  On saura comme ça qu’on s’aime. 하늘이 하얘. Le ciel est blanc. 구름은 검어. Mais les nuages sont noirs. 여기에 사랑은 없어! 사랑은 바람 부는 다리가 아니라 포근한 침대가 필요한 거야. 너는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형상이 될 거야.  벌써 작은 건 보이지 않아. 너의 미소는 참 아름다워.  하지만 그렇게 작은 미소는 이제 보이지 않아.  크게 웃어줘. 날 위해 모든걸 크게 해줘. 아무도 나에게 잊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없어. 나는 너의 눈 위에 있고, 너의 입가 그늘 속에 숨어 있어. = 미친 사랑, 혹은 눈 먼 사랑이라는게 이런 걸까 싶다.  둘만의 다리 위에서 보는 불꽃놀이는 너무 모든 감각이 폭발해버릴 것처럼 황홀했다.  배를 타고 떠난 어딘가에서 두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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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마터면 절필을 할 뻔했다. 절필을 하고 싶었다. 당해낼 수 없을 만큼 좋은 글을 만났기 때문이다. 간사한 마음이다. 거장의 반열에 드는 글쟁이들의 글을 읽을 때는 들지 않는. 닿을 듯 닿지 못할 것 같은 필력을 글을 읽어야 드는 그런 마음.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나 혹은 글쓰기를 좀 즐긴다는 사람들의 빼어난 문장을 보면 언제부터인가 탁 하고 끈을 놓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욕심은 나는데 자신은 없어서다. 한때는 닮고픈 글들을 보면 힘이 나곤 했었다. 어떤 이유로 이렇게 마음이 다른 방향으로 튀기는지 알 듯 하면서도 도무지 모르겠다. 이런 괴상한 직접적 심정들을 뒤로하고 훌훌 떠나버린 언니는 '내가 이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더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봐 괴로웠다는 식으로 회고했다. 그런 순간들이 내게도 찾아온다. 부쩍 빈도가 늘어난 지가 벌써 오래다. 그런데도 미동을 않고 있다. 나약함의 또다른 표출 방식이다. 발만 동동 구르게 된다. 동동 구르던 발 밑의 지반이 자꾸 약해지면 어느날 갑자기 흔적없이 끝없는 심연 속으로 허물어져내릴 것 같다. 겁이 난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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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ila Marcel, 2013 감독: 실뱅 쇼메(Sylvain Chomet) 배우: 귀욤 고익스(Guillaume Gouix), 앤 르니(Anne Le Ny) 추억은 강가의 물고기처럼 머리 깊숙이 살고 있단다. 나쁜 기억은 행복의 홍수 밑으로 보내버려. 수도꼭지를 트는 일은 네 몫이란다.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비슷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어떤 때는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  Vis ta vie! 네 인생을 살거라. # 기억만큼 부정확하면서도 또렷한 게 있을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게 적히기도 하고 세월에 따라 변하거나 희미해지기도 하는 기억을 때로 맹신한다. 좋은 기억은 더없이 미화되기도 하고 나쁜 기억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 전부다 낱낱이 기억하지 못하고 잊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이다. 결국 한 사람의 내일을 정의하는 것은 오늘이지 어제가 아니다. 어제는 어제일 뿐. 우리는 눈앞에 주어진 인생을 살아내면 되는 것이다.  특별한 정원이나 한잔의 차, 마들렌, 그리고 음악은 단지 거들 뿐! 미처 자라지 못한 영혼을 지닌 어린 어른이 그의 기억과 추억을 더듬어 그의 아버지 Attila Marcel이라는 존재와 끝내 화해하는 이야기. 아이가 아빠를 부르는 순간은 그래서 경이롭다. 마담 푸르스트의 비밀 정원은 도구일 뿐 본질은 폴과 그의 아버지에 있다는 점에서 원제가 ‘옳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