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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언어, 댄 주래프스키

음식의 언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인문학 저자  댄 주래프스키 | 역자  김병화 | 어크로스  | 2015.03.25 원제 The language of food 여러 민족이 문화적 보물이기나 한 것처럼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요리들의 유래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우리 모두가 이민자라는 사실이다. 어떤 문화도 고립된 섬이 아니며, 문화와 민족과 종교 사이의 혼란스럽고 골치 아픈 경계에서 어떤 훌륭한 특성이 창조된다. p.98 "부자는 당신이나 나와 다르다"고 한 스콧 피츠제럴드의 말이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포테이토칩 광고업자들은 역사가 에리카 피터스의 격언을 되풀이하면서 부자는 당신과 나와 다르기를 원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람들이 먹는 것은 "그들이 어떤 조냊인지 뿐만 아니라 어떤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지를 반영한다"고 말이다. p.220 디저트는 그저 감각적인 즐거움 이상의 것이다(레스토랑 리뷰를 쓸 때 디저트 때문에 더 높은 평점을 주게 된다 할지라도). 그것은 것모습 뒤에 숨어있는 음식의 언어, 한 입 한 입 먹는 모든 음식의 바탕에 깔려 있는 암묵적인 문화구조를 반영한다. p.343 = 스탠퍼드 대학 교양 강의 '음식의 언어'를 책으로 펴낸 내용이다. 읽고 있노라면 식탁 앞에서 세계여행 하는 기분이 든다. 대학 때 배운 언어학 강의도 새록새록 떠오르고. 세계는 생각보다 가까웠고, 입맛은 예상보다 보편적이다. 각국 식문화부터 메뉴에 대한 이해, 리뷰의 심리학, 음식 이름의 언어학까지 총 망라하는 흥미 진진한 책이었다. 강의로 듣는 게 시청각적으로 더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나 여행 가면 먹는 게 남는 거라는 생각을 더욱 견고하게 굳혀준 책이다. 얼른 다음 먹방 여행 떠나야 하는데...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 을유문화사 (2015) 괴테는 "건축은 얼려진 음악"이라는 말을 하였다. 그의 말대로 건축에는 음악처럼 리듬, 멜로디, 화음, 가사가 있다. 고딕 성당 안을 걷다 보면 도열해 있는 열주들이 음악의 박자처럼 느껴지고, 스테인드글라스 그림의 이야기는 노래의 가사처럼 우리에게 말을 한다. p.16 이벤트 밀도는 그 거리가 보행자에게 얼마나 다양한 삶의 주도권을 제공할 수 있는가를 정량적으로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 있다. p.27 도시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태어나서, 성장하고, 전성기를 지낸 후, 쇠퇴하고, 마지막으로 죽는다. 도시의 여러 부분도 태어나서, 성장하고, 나중에는 죽는다. 죽음이 생명의 일부이듯이 도시가 오래되면 일부분이 슬럼화되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죽은 부분에 다시 새로운 생명이 돋아나도록 유도하는 것이 도시를 재생시키는 건축가의 역할이다. p.107 따라서 건축 공간이라는 것도 어느 하나의 확정된 물리적 조건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 대신 정보의 해석에 의해서 달라질 수 있는 주관적 인식의 산물로 보는 것이 이 시대에 건축 공간을 바라보는 올바른 관점일 것이다. p.254 결국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건축물이 아니라 장소이다. p.280 = 생각보다 나와 더 밀접한 것들에 대한 뜻밖의 촘촘한 통찰. 특히 이벤트 밀도에 관한  부분과 우리나라 광장의 문제점들을 지적한 내용이 인상깊었다. 건축이란 실로 인간의 모든 지혜와 문화와 역사와 미래가 응축된 분야다.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 그 도시와 사람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그때문이겠지. 다가오는 러시아 여행을 좀 더 만끽할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