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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감정수업, 강신주

아직도 사랑하고 있기에, 우리는 잔인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스피노자도 잔학함과 잔인함 속에는 사랑의 감정이 깔려 있다는 것에 주목했던 것이다. p.172 = 강신주가 자신의 문장으로 직접 쓴 부분중에 유일하게 맘에 담고 싶었던 건 저 두문장 뿐이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 이렇게 내게 홀대받기도 쉽지 않다.  전반적으로 오만방자하다.  작가는 스피노자의 입을 빌려 48가지 감정을 정의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정의와 설명, 감정에 대한 태도, 그 감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자들에 대한 분석이 철학자의 열린 사고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편협하고 고압적이었다. 작품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도 제시하지 못했다. 애초에 '감정수업'이라는 제목 자체가 모순적이었던것 같기도 하다.  감정은 학습보다는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내게는 적어도 그랬다. 몇장 넘기다 말고 때려치고 싶었지만 끝가지 읽는 자에게 비판할 권리도 주어진다는 믿음으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