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이 31절인 게시물 표시

귀향(2015)

이미지
귀향 Spirits' Homecoming, 2015 조정래 강하나 (정민),  최리 (은경),  손숙 (영옥(영희)) 언니야 우리 이제 집에 가자. 너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지? 그까짓 거 걱정하니? 우린 이미 죽었어야. 여긴 지옥이라. 내가 그 미친년이다! 미안하다 내 혼자만 돌아왔다. 내 몸은 돌아왔어도 마음은 늘 거기 있었다. = 어떤 영화들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만듦새가 조금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훌륭한 커리어의 감독이나 스타성 뛰어난 배우가 없어도 그 자체로 충분히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가 있다. 귀향은 그런 영화다. 이 소재를 영화로 만들겠다는 결심부터 거기 참여한 한사람 한사람, 영화가 끝내 스크린 위에 오르도록 작은 힘을 보탠 수만명의 평범한 '관객들'까지. 기억하고 기록하겠다는 그 노력들이 모여 결실을 맺었다. 아쉬웠던 점을 굳이 언급해보자면 우선 주인공 정민이 처음 피해를 당하는 장면을 꼽을 수 있겠다. 그 아픈 순간을 오롯이 가해자의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민은 두들겨 맞고 정신을 잃은 채 물건처럼 누워 있고, 일본군의 신음소리와 들썩들썩 흔들리는 소녀의 벗은 나체가 강간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소름끼치고 불쾌한 장면이었다. 소재 측면에서나 여러가지 면에서 한계가 있었을테지만 피해자 측면에서 보여주는 편이 더 그 아픔을 공감하는데 적합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조금은 산만하게 느껴지는 현대신의 삽입, 샤머니즘에 대한 지나친 의존 등도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그럼에도 정민이 끌려가는 순간부터 엔딩크레딧이 모두 올라가기까지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진이 다 빠져서 두들겨 맞은 것처럼 온 몸이 아팠다. 거기가 실로 지옥이었다. 지난 연말 불가역적으로 체결돼버린 위안부 협상이 떠올라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감독의 말처럼 먼 타지에서 못다핀 꽃같은 소녀들의 넋이라도 부디 고향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