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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규, 눈물의 중력

눈물의 중력 신철규 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 밖에 없다 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다닌다 신이 그의 등에 걸터앉아 있기라도 하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못 박힐 손과 발을 몸안으로 말아넣고 그는 돌처럼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간다 밤은, 달이 뿔이 될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신철규,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문학동네 시인선 096 =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는 슬픔.  손으로 눈물을 받으며 엎드려 우는 누군가의 모습을, 생전엔 만난 적 없던 어린 영혼들의 빈소에서 밤마다 매일 보아야 했던 때가 있었다.  신은 어쩌면 그 등마다 걸터앉아 있거나 땅으로 스미는 눈물을 함께 받치고 있었을텐데, 그들은 도대체 신이 어디에 있느냐고 단단히 울었을 것이었다.  자려고 누워도 귀에서 울음소리가 떠나지 않던 날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