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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2014년의 기록. 올해는 정말 정신없이 흘러가고 있다. 이런 한 해를 사건기자로 지낼 수 있다는 걸 축복으로 여겨야 할까. 어제는 세월호가 침몰한 지 100일째 되는 날. 이 비극의 한부분을 짊어지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이미 숨진 것으로 그 전날에야 밝혀졌다. 영화같은 일들은 대한민국 밖에서도 쉼 없이 이어진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산이 흔적도 없이 무너져내려 오래된 작은 마을이 통째로 사라졌다. 세계 여기저기서 몇달 새 비행기가 사라지고, 격추되고, 추락했다. 무려 세 대다. 영문도 모른 채로 수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으리라. 삶이란 걸 돌아볼 찰나의 순간도 누리지 못한 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을 전부 없애기라도 할 기세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정녕 그들의 신은 나의 신과 같은 것일까. 히틀러가 유대인으로 부활했다는 농담을 마냥 농담으로만 웃어넘길수만은 없게 됐다. 한나 아렌트의 타인의 고통을 읽고 밥상머리에 앉아 음식을 넘기며 텔레비전 너머로 죽어 쓰러져가는 중동의 아이들을 구경하는 흔한 풍경을 반성한다는 감상문을 끄적였다. 3년 전쯤이었다. 지면과 브라운관 너머의 고통들이 이제 자주 눈앞의 현실로 펼쳐지지만 여전히 내게 엄습하는 고통과 그들의 고통 사이에는 영영 메우지 못할 간극이 존재한다. 그 간극을 때로는 외면해야만 일하기는 더 쉬워지는 게 사실이다. 그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