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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멀리멀리 져버리고 보일듯말듯 속히 잊혀지기를. 송구영신의 달이 왔으니 이제는 let bygones, be bygones. 둥글고 단단하게 여물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