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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마쓰이에 마사시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마쓰이에 마사시/ 권영주/ 비채 우리는 오래 사귄 사이였다. 일단 그렇게 되고 나면 망설이지도, 살피지도 않는다. 우리 둘에게 남아 있던 기억이 잇따라 흘러넘쳤다. 우리에게는 신호도, 확인도, 승낙도 필요 없었다. 그로부터 이어진 나날에 나는 잘 마른 장작처럼 화르르 타올라 연기를 뿜었다. 온몸 구석구석이 행복했다.  P.196-197 얼마 동안, 심지어 한 달 동안이라도 깊이 맺어져 있었다면 기억은 언제까지고 남는다. 말이 아니라 마음과 피부의 기억으로. P.198 = 선물 받은 책인데, 제목이 묘하게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 보면 아주 쓸쓸한 이야기인데 집과 고양이에 대한 묘사 때문에 온기가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라이머즈 하이, 요코야마 히데오

클라이머즈 하이 저자   요코야마 히데오 | 역자   박정임 | 북폴리오   | 2013.07.03 원제 クライマ―ズ.ハイ 이 간이침대는 젊은 사건기자들에게 쉼터와 같은 것이다. 밤에는 기사를 쓰고 아침이면 다시 달려나가는, 그 사이에 날개를 쉬는. 그렇지만 뇌는 잠들지 않고 야망으로 채색된 짧은 꿈을 꾼다. p.72-73 사고의 크기에 들떠 있다. 모리야의 말은 편집국의 공기를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었으며 '축제 기분'도 그렇게 틀린 지적은 아니었다. 모두가 '날아 들어온 사고'에서 억지로 눈을 돌리고 '세계 최대'를 자기 분발의 밑거름으로 이용해 수면 시간을 줄여온 부분이 확실히 있었다. p.146 "국가니, 세계니 대상이 커진다고 해도 기자가 하는 일은 모두 마찬가지야. 부지런히 조사하고 열심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뿐이야. 커다란 대상을 상대로 기사 거리를 얻으면 큰 뉴스가 되지. 그렇지만 큰 일을 하는 건 아니야. 보잘것없는 상대로부터 보잘것없는 기사를 얻어내는 것과 마찬가지 일이야. 기자가 하는 일은 모두." p.213 인간의 행복이라는 것은 의외로 그런 길 위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클라이머즈 하이. 오로지 위를 바라보며 곁눈질도 하지 않고 끝없이 계속 오른다. 그런 일생을 보낼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바람이 희끗희끗해진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p.429-430 = 우리 언론과 생태계가 너무 닮아 있어 거울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일본 시스템을 가져다가 만든 뼈대 위에서 자라난 게 우리 언론이라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다. 특히 세계적인 규모의 대형 재난을 놓고 벌어지는 편집국 안의 이모저모가, 놀랍도록 닮아 있다. 그래서 부끄럽다. 내심 해왔던 생각들이나, 도처에서 벌어졌을 갈등들이 픽션인양 적혀있지만 사실 잔인한 논픽션이라는 거. 작가의 전작인 64를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다만 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