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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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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A Girl Walks Home Alone at Night , 2014 미국/101분 감독: 애나 릴리 아미푸르 출연: 셰일라 밴드(소녀), 아라쉬 미란디(아라쉬) = 뱀파이어물을 좋아한다. 고전부터 현대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흡혈귀 나오는 컨텐츠란 컨텐츠는 다 섭렵했다. 대학 졸업논문도 드라큘라로 썼다. 교환학생 가서도 고딕 문학 석사 과정을 열심히 들었다. 이 계통의 문학이 주는 대중적이면서도 심오한 특유의 분위기가 좋다. 그저 그런 스릴러와는 다른 원형이라는 걸 파면 팔수록 알 수 있다. 대개 현대의 뱀파이어물들은 심미적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렛미인,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등등. 뱀파이어의 키워드를 단 하나로 추리라면 '매혹'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역시 시종일관 아름다움을 위해 달린다. 미쟝센의, 미쟝센을 위한, 미쟝센에 대한 영화랄까. 정체 불명의 중동 도시, 밤마다 짙게 화장을 하고, 히잡을 둘러쓴 채,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록 음악을 들으며 달리는 미소녀 뱀파이어라니. 전에 없던 조합이며 생경하고 이국적인 끌림이다. 눈가 귀만을 위한 101분이 그렇게 잔잔하게 흘러간다. 미쟝센이 주제고, 스토리는 치장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맹탕이라고 느낄 사람도 있겠지만. 이 자체로 관객을 매혹시키기엔 충분하다고 본다. '착한 아이가 되라'는 강렬한 대사. 여성들을 향한 미지의 연대. 여성의 '적'으로 그려지는 남성에 대한 처벌. 어떤 측면에서 여성주의적인 시각이 담긴 것도 같다. 아무튼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