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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옛날의 불꽃

옛날의 불꽃 최영미 잠시 훔쳐온 불꽃이었지만 그 온기를 쬐고 있는 동안만은 세상 시름, 두려움도 잊고 따뜻했었다 고맙다 내게 해준 모든 것에 대해 주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도 = 계절이 깊었다. 온갖 따듯한 것들에 대한 향수가 짙어진다. 추워서 그런거겠지. 나는 담백해지려면 멀었다.

최영미, 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멀리멀리 져버리고 보일듯말듯 속히 잊혀지기를. 송구영신의 달이 왔으니 이제는 let bygones, be bygones. 둥글고 단단하게 여물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