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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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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 A Man and A Woman, 2015 멜로/로맨스 한국 115분 2016 .02.25  개봉 이윤기 전도연 (상민),  공유 (기홍) 우리 제대로 가고 있는 거예요? 우연, 아니죠? 음.. 반반? 사는 게 왜 이렇게 애매한지 모르겠다.  기억하지 않는 게 더 좋은 기억도 있어요.  고마워.  뭐가? 그냥, 다. It's better not to know.  = 불륜 미화냐 아니냐 논쟁이 있다. 그 나쁜 소재를 가지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논쟁이라도 시작할 수 있었을 테다. 불륜 소재 자체에 대한 호오를 떠나, 분명 잘 만든 영화다. 남과 여. 제목을 아주 잘 지었다. 낯선 세계로 여자를 이끌던 남자는 앞 뒤 잴 것도 없이 미친놈처럼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그러나 결국 책임을 방패 삼아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은 채 제 감정을 거둬들인다.  남자가 정신없이 빠져드는 동안 여자는 재고, 따지고, 밀어내고, 또 생각한다. 가까쓰로 그 사랑을 택하고 모든 것을 내던졌을때는 이미 남자가 등 돌린 뒤다.  누가 더 나쁘다 탓하기도 힘들 정도로 겨룰 것 없이 나쁜 년놈들이라지만, 아무래도 더 나쁜 쪽은 남자인 것 같다. 흔들 대로 흔들어놓고, 도망쳐버렸으니까. 남자는 무모했지만 용기가 없었다. 모순적이고 비겁하다.  두 주인공의 넉넉한 재력과 아름다운 외모를 빼면 영화는 매우 현실적으로 흘러간다.  애매한 남자가 초점 없는 눈으로 옛날의 그 길을 가는 동안, 모든 걸 던져버린 여자는 설원 위로 돌아와 새 출발을 한다. 모르는 게 나은 것, 기억하지 않는 편이 좋은 추억들을 생각하며 여자는 삶이 흔들리기 시작한 그 지점에서 다시 견고하게 삶을 쌓아 나갈 것이다.  어느 쪽으로건 자신의 인생을 다 걸 줄 아는 사람에게 허락된 새로운 출발이다.

러브레터(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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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레터 Love Letter, 1995 드라마, 멜로/로맨스 일본 117분 2013.11.28 재개봉, 2013.02.14 재개봉, 1999.11.20 개봉 이와이 슌지 나카야마 미호(후지이 이츠키/와타나베 히로코) 그는 나의 연인이었습니다. 당신의 추억을 저에게도 나누어 주세요. 후지이 이츠키, 스트레이트 플래쉬!   너 바보니? "내 사랑은 남풍을 타고 달려요 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요. 도서카드에 쓴 이름이 정말 그의 이름일까요?  이 추억은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쑥쓰러워서 이 편지는 보내지 못하겠습니다. = 겨울만 되면 첫눈처럼 떠오르는 영화. 오랜만에 봤다. 입원한 마지막 날 밤 침대에서 숨죽이고서. 히로코의 사랑 얘기 같지만 결국엔 히로코를 매개로 이츠키가 첫사랑 그녀 이츠키에게 보내는 연서 같은 영화다. 두 여자는 편지를 통해 이츠키를 추억하면서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의 성장을 겪는다. 이츠키는 미처 알지 못했던 첫사랑을 되찾고 히로코는 못내 보내지 못했던 숨진 약혼자를 비로소 놓아버릴 수 있게 된다. 독서카드 뒷면을 받아든 이츠키의 표정과 바람, 아마도 남풍에 흔들리는 독서카드 속 앳된 이츠키의 초상은 영영 잊지 못할 장면이다. 죽은 소년으로부터 뒤늦게 도착한 러브레터는 수십년을 거슬러 소녀를 그 시절로 데려다놓았다. 아마 오래도록 때아닌 첫사랑의 열병을 앓았을 테다. 설원 속에서 빨간 스웨터를 입은 히로코가 무너지듯 오열하며 안부를 묻던 장면 역시 영영 잊지 못할 것이다. 홀로 남겨진 여자는 어떻게 내게 그럴 수 있냐고 한참을 속에서 곪았을 감정을 흰 눈밭에 안부로 수놓았다. 그제서야 새 사랑을 찾아 돌아서는 발걸음의 무게를 감히 가늠하기 힘들다. 두 사람의 감정이 모두 나의 것처럼 가깝게 느껴져서 가슴이 아팠다. 첫사랑에 관한 낭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