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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싸이클 다이어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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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싸이클 다이어리 The Motorcycle Diaries, 2004 드라마 미국 ,  독일 ,  영국 125분 2015 .07.02  재개봉,  2004 .11.12  개봉 월터 살레스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 로드리고 드 라 세르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세상이 이렇게 그리울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한 문명이 다른 문명을 이토록 무참히도 짓밟아 버릴 수 있을까요? 자기 자신들의 문명을 위해 이렇게까지. 우리의 시각이 너무 좁고 편향됐던 건 아닐까? 그래서 경솔하게 판단한 건 아닐까?  이번 여행은 내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다. 과거와 같은 난 없다.  매 순간 흔들려요. 남겨진 것들에 대한 울적함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흥분으로. 이번 여행에서 아메리카 대륙의 실체없는 분열이 완벽한 허구라는 믿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아니야 알베르토, 무엇인가가 잘못됐어. = 위대한 혁명가 체게바라 이전의 청년. 그의 뜨거운 심장속에서 변화에 대한 열망이 발아하는 과정을 길 따라 덤덤하게 그려낸다. 평범할 수 있었던 의대생은 걸음걸음마다 스친 길들, 만난 사람들, 본 장면들, 겪은 경험들을 허투로 흘러보내지 않고 마음속으로 온전히 품었다. 변화한 자신을 인지하고 행동함으로써 역사적인 혁명가가 된다. 그가 혁명가로 일어서는 부분은 영화에 담겨있지 않지만 그 과정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가감없이 훌륭한 체게바라 전기의 프롤로그다. 휴가가 끝나갈무렵 이 영화를 본 건 잘못된 선택이었다. 남미 가고 싶어 죽을것같다. 젊은 그의 나날에 허락된 열정과 우정, 그리고 그 모든 여정이 너무나도 부럽다.

차이나타운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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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Coinlocker Girl, 2014 한준희 김혜수 (엄마),  김고은 (일영),  엄태구 (우곤) 누구야? 我孩子(워 하이즈). 엄마도, 엄마가 있어요? 넌 엄마 없니? 걔가 왜 좋았니? 그냥 친절해서요. 증명해봐, 네가 아직 쓸모 있다는 증명.    결정은 한 번이고 그게 우리 방식이야.  끔찍할 땐 웃는게 차라리 편해. 죽지마, 죽을때까지. 이제부터는 니가 결정해. = 느와르 영화의 성별 뒤집기. 제 아이에게 더 나은 인생을 물려주지 못하고 딱 그만큼의 삶을 물려줄수밖에 없었던 어미의 운명은 얄궂다. 아이는 그렇게 다시 또 하나의 '엄마'가 됐다. 기대에 비해서는 만듦새가 좀 떨어졌지만 그런대로 볼만했다. 이 영화는 김고은이 마지막으로 연기를 '잘 한' 영화이기도 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때만해도 김혜수에 밀리지 않는 포스였다며 기대가 컸는데 지금 왜 이렇게 됐는지 안타까울 지경이다. 이해되지 않는 방식으로 굴러가는 그 세계를 성실하게 담아낸 영화다. 좀 더 성실했더라면 설령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가 이해할 수 없는 곳이라 해도 인간 보편의 감정에 기대 보다 섬세하게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일영이와 그 남자애 사이의 감정선 사이에 디테일을 좀 더 채워줬더라면 한결 나았을 거다. 아쉬움이 남는다.

사슴 사냥꾼의 당겨지지 않은 방아쇠, 이해경

소영은 운명을 인연으로 바꿔 생각해봤다. 인연을 믿는다? 그냥 오는 거지. 오면 엮일 수밖에 없는 거지. 왔다 간다면? 안 보낼 도리가 있을 텐가. 혹은 보내고 싶어도, 떠나지 않는 그 인연이 지겹다 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소영은 하고 있었다. (p.100) 우진은 지난봄 한숙의 손을 잡고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던 그날 이후로 자신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느꼈다. 몸과 망ㅁ과 정신이 한꺼번에 쑤욱 자라버린 느낌이었다. 그것은 착각이었지만, 착각도 변화일 것이었다. 착각이라는 변화 혹은 변화했다는 착각에 힘입어 우진은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결정적인 것은 시인의 마음이었다. 이를테면 첫 키스가 왜 날카로운지,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겠다는 다짐의 의미라든가, 강을 건너는 님을 바라보는 이의 심정 같은 것을 우진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p.123-124) 시인의 특기는 역설과 반복이었다. 용기는 정직한 자의 것. 겸손이 지혜를 낳지 않더냐. 참고 기다릴지어다. 우진은 시인에게 물었다. 무엇이 정직이고 겸손이란 말인가요. 시인의 대답은 무심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것. 자기 생각을 많이 하지 말 것. 참고 기다릴 것. 우진이 알아들은 말은 한 가지뿐이었다. 우진은 참고 기다렸다. (p.125) 하늘 한번 처다볼 겨를 없이 봄은 갔다. 소영에게 시간은 흐른다기보다 어지럽게 흩어지는 느낌이었다. 그해 1983년 봄, 흩어지는 시간의 틈바구니에서 어디서든 혼자 있을 때, 소영은 그 노래를 나지막이 부르며 어두워가는 분숫가를 떠올렸다. 해 질 무렵 물을 뿜지 않는 분수처럼 쓸쓸한 풍경이 또 있을까. 소영은 눈을 감고 노래 속으로 들어가 말라붙은 분숫가를 서성이며,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p.190) 왜 날 사랑하나. 노래의 반 이상을 채우며 되풀이되는 그 말을 한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날 사랑하나. 한수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말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