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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존재 가능한 언어에서 n이라는 숫자는 동일한 단어를 사용한다. 몇몇 언어에서는 '도서관'이란 상징이 '육각형 진열실들로 이루어진 영원하고 도처에 존재하는 체계'라는 정확한 정의를 수용한다. 하지만 '도서관'은 '빵'이나 '피라미드' 혹은 그 어떤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도서관을 정의 내리고 있는 앞의 일곱 단어가 다른 의미를 띠기도 한다. 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당신은 내가 쓰는 언어를 이해한다고 확신하는가? ... 아마도 늙고 두려움을 느끼는 탓에 내가 속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유일한 종족인 인류가 멸망 직전에 있다 해도 '도서관'은 불을 환히 밝히고 고독하게, 그리고 무한히,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소중하고 쓸모없으며 썩지 않고 비밀스러운 책들을 구비하고서 영원히 존속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만일 어느 영원한 순례자가 어떤 방향으로건 도서관을 지나갔다면, 수 세기 후에 그는 동일한 책들이 동일한 무질서(무질서가 반복되면 질서가 될 것이다. 진정한 '질서'가.) 속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할 것이다. 나의 고독함은 그런 우아한 희망으로 기뻐한다. p.108-109, 바벨의 도서관 그에게 잠을 자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었따. 잠을 잔다는 것은 세상으로부터 마음을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p.147, 기억의 천재 푸네스 운명은 죄를 감안하지 않기에,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무자비해질 수 있다. p.218, 고양이의 새까만 털을 쓰다듬는 동안, 그는 그 감촉이 꿈이며 자기와 고양이는 마치 유리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인간은 시간 가운데, 즉 연속성 가운데 살고 있지만, 마술적인 동물은 현재에, 즉 순간의 영원 속에 살기 때문이었다. p.221, 남부 = 여전히 어려운 책이다. 우리 문단에서 받아들여지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도 이해가 된다. 짤막한 이야기들이 문장만 주무르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