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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출장지, Washington D.C.

총맞고 얼떨결에 타클로반 피해 취재하러 필리핀으로 날아간 지 6개월이 채 안 됐는데 또 출장을 왔다. 사스마리 치고 잦은 출장이다. 이번엔 그래도 내가 준비한 기획으로 떠나는 출장이라 하고자 하는 바가 많다. 꼬박 하루가 흘렀다. 정신없이 24시간이 지나가버렸다. '미국 동부 폭설'은 기사 속의 활자를 넘어 내게 급습해왔다. 비행기가 6시간 가까이 연착된 것도 모자라 공항에 내려 짐 찾는 데만 두시간이 걸렸다. 지하철 타고 호텔까지 갈 엄두가 나지 않아 무려 택시를 타는 만용을 나는 부렸다. 혼자서 섭외의 장벽을 기어넘고 통역도 없이 급하게 미국으로 날아오느라 벌써 지친 기분이다. 왠지 모르게 외롭기까지 하다. 시차 때문에 이사람 저사람 붙들고 중얼거리기도 쉽지 않다. 예정됐던 인터뷰 두 건은 잘 마쳤다. 영어는 줄곧 잘 되다가도 인터뷰이한테 중요한 질문만 할라 치면 배배 꼬였다. 점점 더 많은 능력들이 내게서 우수수수 빠져나가는 것 같다. 아쉬운대로 녹취 딕테이션 하고 번역하는데 사활을 걸어야지. 오늘 밤부터 내일까지는 녹취한 인터뷰 풀고, 번역하고, 받아온 자료들 번역하고 정리하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밖에도 안 나갈 요량으로 마트에서 과일, 요거트, 물 따위를 샀다. 수요일쯤 핫라인 센터 한군데 정도만 더 들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기사 한 회는 쓰고도 남을 것 같다. 계획은 목요일오후부터는 신나게 놀다가 귀국하는건데 생각처럼 잘 될런지는 모르겠다. 타클로반 취재 마치고도 하루 반쯤 세부에서 시간이 있었지만 피로 풀고 잠 자는데 시간 다 쏟았었는데. 이번엔 기를 쓰고라도 돌아다니다 비행기 타기로 결심해본다. 돈 아끼지 않고 먹을것 잘 먹고 오리라 다짐했었는데 호텔 레스토랑은 생각보다 맛이 없고 주변에도 먹을만한 곳이 보이질 않는다. 팁 계산하는 법은 어렵기만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여행을 다니면 식욕이 사라지는 억울한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배도 많이 고프지 않다. 샌드위치, 과일, 요거트 이런걸 주식 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