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이 영국인 게시물 표시

염소가 된 인간, 토머스 트웨이츠

이미지
염소가 된 인간 토머스 트웨이츠 지음/황성원 옮김/책세상 토머스가 염소와 깊게 교감하고 있다. 세상 진지. (출처: 위에 링크한 그의 홈페이지) 알프스 넘는데 성공한 염소 토머스가 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출처: 마찬가지) 그것은 마치 무리의 선두 근처에 있던 내가 가속기에서 발을 떼고 갓길에 차를 세운 뒤 나무 향에 취했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갑자기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중요한 일을 하면서 열심히 지내고 있는데, 난 까마득히 떨어져있고, 이제는 차의 시동도 걸리지 않는 상황과도 같다.  ... 이 세상 모든 사람이 한동안 저 멀리 떠나갔다가 나중에 다시 돌아와서 뒤통수를 치는, 그런 밀물과 썰물처럼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자기만의 걱정 보따리 같은 것을 갖고 있을까? p.14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곧 걱정한다는 것이다. p.15 동물에는 의식이 없고, 더욱 근본적으로는 우리 인간의 의식이 물리적인 세계와 독립적이라는 데 있다.  p.58 일단 하이데거는 사고 대상이 존재하지 않고는 사고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그러니까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사실 "나는 무언가에 대해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되어야 한다.  ... 나 자신의 사고에 대한 생각이, 나의 인지된 존재 상태의 여러 측면을 구성하는 생각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p.59 악마는 게으른 손을 위해 일을 찾아낸다. 손을 쓰지 않고 이 세상에 접근하기 시작하면 반드시 머리(그리고 입)부터 세상에 닿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염소의 방식이다. p.138 세프와 리타는 이날 벌어진 일들의 목적에 대해 당연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하면서 이 일이 인간으로서의 근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이야기했다. "당신은 도시 출신이잖아요." 세프가 말했다. &

나, 다니엘 블레이크 (2016)

이미지
나, 다니엘 블레이크 I, Daniel Blake , 2016 드라마 영국 ,  프랑스 ,  벨기에 100분 2016 .12.08  개봉 켄 로치 데이브 존스 (다니엘),  헤일리 스콰이어 (케이티) When you lose your self-respect, you're done for. I'm not a client, a customer, nor a service user. I am not a shirker, a scrounger, a beggar nor a thief. I am not a national insurance number, nor a blip on a screen. I paid my dues, never a penny short and proud to do so. I don't tug the forelock, but look my neighbour in the eye. I don't accept or seek charity. My name is Daniel Blake. I am a man, not a dog. As such, I demand my rights. I demand you treat me with respect.  I, Daniel Blake, am a citizen, nothing more, nothing less. Thank you. = 1. 다니엘 블레이크는 가난할지라도 마음만큼은 부자였다. 그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의 유언 아닌 유언처럼 살아온 꾸밈없는 사람이었다. 세간을 다 내놓으면서도 손수 나무를 깎아 만든 햇살이 드는 바다만큼은 팔지 않았던 낭만주의자였다. 잘못된 것에 대해 잘못됐다고 말할 줄 아는 선량한 시민이었다. 이런 사람이 존재했다는 것과, 그가 제도 때문에 조금 더 빨리 세상과 작별해야 했다는 점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가슴이 먹먹했다. 다니엘 블

LONDON: 다시 만난 그 도시를 천천히, 만끽하다

이미지
오랜만이었다. 런던은 6년만이었고, 따져보니 유럽 자체가 6년만이었다. 2010년 그 한해 그토록 원없이 유럽을 누볐다고 생각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시간들의 하루하루가, 한시간 한시간이 너무 아쉽고 소중해서 하지 못한 일들만 맘속을 맴돌았다.  그동안 한번 다시 갈 법도 한데 너무나 바삐 살았나보다. 이런저런 추억을 떠올리면서 우러나는 감정이 너무 몽글몽글해서 고되기만 했던 출장 준비도 꾸역꾸역 할 수 있었다. 다시 간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참 벅찼다.  버킹엄궁 근위병 교대식 보려고 몰린 인파 첫날은 도착해서 잠만 잤고, 둘째날은 Stratford-upon-avon 가느라 런던을 즐기지 못했다. 4월 25일이 돼서야 시내로 나갔다. 딱히 뭘 해야겠다는 계획도 없었던 데다가 2010년에도 런던은 두번이나 왔던 터라 그냥 맘가는대로 걷고 보기로 했다. 숙소에서부터 웨스터민스터 쪽으로 쭉 걸었는데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서 버킹엄궁에 도착했다. 마침 근위병 교대식이 진행중이었다. 근위병 교대식은 굳이 챙기면서까지 두번 볼 정도의 장관은 아니지만, 마침 하고 있는걸 지나칠 정도로 쓸모없는 행사도 아니다. 그래서 삐죽삐죽 들어가서 봤다. 멀리 떨어져서 보이는 궁 풍경 셀카봉을 꺼내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봤는데 버겁고 부끄러웠다. 2010년에 왔을때는 여름이 한창이라 너무 덥고 힘들었는데 차라리 추운 날씨가 나았다. 더 몰 끝. 여길 자나면 트라팔가광장이 나온다. 근위병 교대식을 마치고는 더몰? 맞나. 암튼 그 길을 따라 쭉 걸었다.  먼듯하면서도 멀지 않은 길 런던의 상징 'UNDERGROUND'. 역시 명물인 2층버스 두 대가 보인다. 박물관, 미술관들은 들어갈 시간이 없어서 모두 패스했다.  최대한 거닐고, 그냥 도시를 있는 그대로 느끼는 쪽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로 했다.  트라팔가 스퀘어. 우중충 걷고 걷고 걷다 보니 트라팔가 스퀘어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