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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김연수

소설가의 일 김연수 문학동네(2014) 재능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그만두고 실제로 글을 써보면 재능은 '잠겨 있지 않으며 비밀 같은 게 아니라 진실만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리라. 재능은 당신을 위해서 대신 소설을 써주지 않는다. 그건 가짜 소설기계이니까. p.23-24 그럼에도 작가들은 잘 죽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작품만큼이나 그 작품을 쓰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품과 작가는 동시에 쓰여진다.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 그 작가의 일부도 완성된다. 이 과정은 어떤 경우에도 무효화되지 않는다. 만약 국가가 한 작가의 작품을 모두 불태운다고 해도 그 작품을 쓰기 전으로 그를 되돌릴수는 없다. 한 번이라도 공들여 작품을 완성해본 작가라면 그 어떤 비수에도 맞설 수 있는 힘의 원천을 안다. p.28 사랑하는 재능을 확인한 뒤에야 사랑에 빠지는 사람도 있을까? 그러니까 사랑에 빠진 젊은 소설가여, 매일 그걸 해라. p.31 "그녀는 질투심이 강한 여자였다"라는 관념에 세부 정보라는 빛을 쪼이면 소설의 문장이 나온다. 질투심이 강한 여자의 눈빛은 어떻게 생겼는가? 질투심이 강한 여자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가? 질투심이 강한 여자는 언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가? 소설의 문장이라는 건 이같은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얻어진다. p.35 아는 사람은 쓰지 못하고, 쓰는 사람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느끼려고 할 뿐. 더 많이 느끼고 싶다면, 늘 허기지게, 늘 바보처럼 굴어야 한다. 미식가보다는 지금 자기 앞에 놓인 이 평범한 일상을 강렬하게 맛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p.224 = 쓴다는 것은 지난하고 피곤한 활동이다. 그저 그런 말들로 문장을 조합해내는것은 어쩌면 다른 여느 일보다 손쉬운, 때로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얘기가 달라지기는 건 단어 하나하나와 그들 사이의 화학작용에 조금씩 욕심을 내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선뜻 손대기조차 힘들 정도로 펜을 들기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