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이 어두운상점들의거리인 게시물 표시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파트릭 모디아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파트릭 모디아노 Rue des boutiques obscures, Patrick Modiano (문학동네) 그 건물들의 입구에서는 아직도 옛날에 그곳을 건너질러 가는 습관을 익혔다가 그후 사라져버린 사람들이 남긴 발소리의 메아리가 들릴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들이 지나간 뒤에도 무엇인가 계속 진동하고 있는 것이다. 점점 더 약해져가는 어떤 파동, 주의하여 귀를 기울이면 포착할 수 있는 어떤 파동이. 따지고 보면 나는 한 번도 그 페드로 맥케부아였던 적이 없었느느지도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었다. 그러나 그 파동들이 때로는 먼 곳에서 때로는 더 세게 나를 뚫고 지나갔었다. 그러다 차츰차츰 허공을 떠돌고 있던 그 모든 메아리들이 결정체를 이룬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나였다. p.130 잠시 동안 나의 생각은 함수호로부터 멀리 세게의 다른 끝, 오랜 엣날에 그 사진을 찍었던 러시아의 남쪽 어느 휴양지로 나를 실어갔다. 한 어린 소녀가 황혼녘에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해변에서 돌아온다. 그 아이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계속해서 더 놀고 싶었기 때문에 울고 있다. 그 소녀는 멀어져간다. 그녀는 벌써 길모퉁이를 돌아갔다. 그런데 우리들의 삶 또한 그 어린아이이 슬픔과 마찬가지로 저녁 속으로 빨리 지워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p.262 = 나라는 존재를 구성하는 것은 무엇인가. 기억이 내게서 말소된 뒤에도 나를 나로 칭할 수 있을 것인가. 시간으로 만들어진 인간은 그렇게 시간 속으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