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14의 게시물 표시

선택

일년이라는 시간을 그저 흘려보냈던걸까. 남은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돌아설만큼 치기어린 무모함이 남아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돌보지 못했는지를 생각하면 지금의 기분을 찰나의 충동이나 철없는 불만족에서 오는 응어리라고 치부할수만은 없다. 100세 시대라는데 나는 고작 스물 여섯. 이제 막 봄을 지나 초여름에 접어들었다. 겁에 질려 진짜 나를 외면하기엔 남은 날이 무수하다. 행복하고 싶다. 가지 않은 길로 시선을 돌려야 할 때다.

Newseum, 기자부심을 느끼는 시간

일을 마무리하고 본격 관광에 나선 첫날, 비가 온다기에 안으로만 다니는 일정을 잡았는데 날은 쾌청했다.  NEWSEUM 인상적이었다. 두어 시간 둘러보면 끝날 줄 알았는데 볼거리가 예상보다 많았다. 네시간을 보내고도 아쉬움이 남을 줄이야. 프레스카드를 본 직원이 저널리스트 할인을 해 줘서 기분도 좋았다. 주로 미국 언론의 발자취이긴 하지만 어쨌든 아레오파지티카부터 오늘자 세계 조간 1면에 이르기까지 뉴스가 지나온 족적을 훑을 수 있는 이례적인 공간이었다. 여기저기서 눈에 띄는 언론 관련 인용문은 문장의 아름다운 힘을 내뿜고 있었다. 몇 군데 전시실에서는 주책맞게도 눈물이 났다. 마음이 점점 나약해지는건지 그래도 아직 때가 덜 타서인지 이유는 모르겠다. 911 테러 보도에 대한 전시관 앞에는 크리넥스 티슈 한통이 무심한 듯 놓여있었다. 그 정물에서 무심한체 하는 사소하지만 따듯한 배려가 느껴졌다. 이 참사는 '민족'이라고는 부를수 없는 이 나라 국민들에게 얼마나 버거운 공동의 기억이었을까. 완전한 타인인 내 피부로도 그 비통의 무게는고스란히 전해졌다. "BASTARDS!" 정제되지 않은 헤드라인으로 절규할수밖에 없었던 그날의 마음들은 살아있는 역사가 됐다.  퓰리처관에서도 눈물이 났다. 찰나에 스러져갈뻔한 진실들이 프레임 안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사진은 정말이지 가장 강력한 무기다. 백마디 말로도 대신할 수 없는 힘을 사진은 가지고 있다.  여러모로 기자질 한번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이 공간과 시간 사이에서 꿈틀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당장 마지막 전화인터뷰 녹취 푸는 일은 끝끝내 미뤄두고 있는 나다. NATIONAL GALLARY 유럽 있을 때 그림이라면 진절머리가 나도록 봤지만 그래도 지나칠 순 없었다. 평소 보고싶었던 인상파 작품 일부를 소장하고 있는 곳이었으니까. 서관을 둘러보는데 끊임없이 길을 잃는 바람에 모든 전시실을 제대로 본건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래도 대강 보고싶었던 작품은

두번째 출장지, Washington D.C.

총맞고 얼떨결에 타클로반 피해 취재하러 필리핀으로 날아간 지 6개월이 채 안 됐는데 또 출장을 왔다. 사스마리 치고 잦은 출장이다. 이번엔 그래도 내가 준비한 기획으로 떠나는 출장이라 하고자 하는 바가 많다. 꼬박 하루가 흘렀다. 정신없이 24시간이 지나가버렸다. '미국 동부 폭설'은 기사 속의 활자를 넘어 내게 급습해왔다. 비행기가 6시간 가까이 연착된 것도 모자라 공항에 내려 짐 찾는 데만 두시간이 걸렸다. 지하철 타고 호텔까지 갈 엄두가 나지 않아 무려 택시를 타는 만용을 나는 부렸다. 혼자서 섭외의 장벽을 기어넘고 통역도 없이 급하게 미국으로 날아오느라 벌써 지친 기분이다. 왠지 모르게 외롭기까지 하다. 시차 때문에 이사람 저사람 붙들고 중얼거리기도 쉽지 않다. 예정됐던 인터뷰 두 건은 잘 마쳤다. 영어는 줄곧 잘 되다가도 인터뷰이한테 중요한 질문만 할라 치면 배배 꼬였다. 점점 더 많은 능력들이 내게서 우수수수 빠져나가는 것 같다. 아쉬운대로 녹취 딕테이션 하고 번역하는데 사활을 걸어야지. 오늘 밤부터 내일까지는 녹취한 인터뷰 풀고, 번역하고, 받아온 자료들 번역하고 정리하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밖에도 안 나갈 요량으로 마트에서 과일, 요거트, 물 따위를 샀다. 수요일쯤 핫라인 센터 한군데 정도만 더 들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기사 한 회는 쓰고도 남을 것 같다. 계획은 목요일오후부터는 신나게 놀다가 귀국하는건데 생각처럼 잘 될런지는 모르겠다. 타클로반 취재 마치고도 하루 반쯤 세부에서 시간이 있었지만 피로 풀고 잠 자는데 시간 다 쏟았었는데. 이번엔 기를 쓰고라도 돌아다니다 비행기 타기로 결심해본다. 돈 아끼지 않고 먹을것 잘 먹고 오리라 다짐했었는데 호텔 레스토랑은 생각보다 맛이 없고 주변에도 먹을만한 곳이 보이질 않는다. 팁 계산하는 법은 어렵기만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여행을 다니면 식욕이 사라지는 억울한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배도 많이 고프지 않다. 샌드위치, 과일, 요거트 이런걸 주식 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