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eum, 기자부심을 느끼는 시간



일을 마무리하고 본격 관광에 나선 첫날, 비가 온다기에 안으로만 다니는 일정을 잡았는데 날은 쾌청했다. 

NEWSEUM

인상적이었다. 두어 시간 둘러보면 끝날 줄 알았는데 볼거리가 예상보다 많았다. 네시간을 보내고도 아쉬움이 남을 줄이야. 프레스카드를 본 직원이 저널리스트 할인을 해 줘서 기분도 좋았다.

주로 미국 언론의 발자취이긴 하지만 어쨌든 아레오파지티카부터 오늘자 세계 조간 1면에 이르기까지 뉴스가 지나온 족적을 훑을 수 있는 이례적인 공간이었다. 여기저기서 눈에 띄는 언론 관련 인용문은 문장의 아름다운 힘을 내뿜고 있었다.

몇 군데 전시실에서는 주책맞게도 눈물이 났다. 마음이 점점 나약해지는건지 그래도 아직 때가 덜 타서인지 이유는 모르겠다.

911 테러 보도에 대한 전시관 앞에는 크리넥스 티슈 한통이 무심한 듯 놓여있었다. 그 정물에서 무심한체 하는 사소하지만 따듯한 배려가 느껴졌다. 이 참사는 '민족'이라고는 부를수 없는 이 나라 국민들에게 얼마나 버거운 공동의 기억이었을까. 완전한 타인인 내 피부로도 그 비통의 무게는고스란히 전해졌다. "BASTARDS!" 정제되지 않은 헤드라인으로 절규할수밖에 없었던 그날의 마음들은 살아있는 역사가 됐다. 

퓰리처관에서도 눈물이 났다. 찰나에 스러져갈뻔한 진실들이 프레임 안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사진은 정말이지 가장 강력한 무기다. 백마디 말로도 대신할 수 없는 힘을 사진은 가지고 있다. 

여러모로 기자질 한번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이 공간과 시간 사이에서 꿈틀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당장 마지막 전화인터뷰 녹취 푸는 일은 끝끝내 미뤄두고 있는 나다.


NATIONAL GALLARY

유럽 있을 때 그림이라면 진절머리가 나도록 봤지만 그래도 지나칠 순 없었다. 평소 보고싶었던 인상파 작품 일부를 소장하고 있는 곳이었으니까. 서관을 둘러보는데 끊임없이 길을 잃는 바람에 모든 전시실을 제대로 본건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래도 대강 보고싶었던 작품은 챙겨 본 것 같다. 

화랑 곳곳에서 카피 그리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명화와 자신의 캔버스를 수시로 오가는 그 눈빛과 손짓은 사뭇 경건하기까지 했다. 그림 그리고 싶다. 집에 돌아가면 명화 칠하기라도 빨리 사서 뭔가를 만들어내야겠다. 

미술관 가면 엽서 사모으는 게 유일한 낙인데 아쉽게도 엽서 컬렉션이 시원찮았다. 기념품 샵은 거대했지만 쓸데없는 '상품'들만 잔뜩 팔고있었다. 유럽 기념품샵에는 엽서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동관은 건물 자체는 인상적이었지만 리노베이션중이라면서 뭐 해 놓은 게 없었다. 전시만 봤는데도 이동거리가 꽤 길어서 나중에는 다리를 절뚝절뚝 질질 끌고다녔다. 의사당쪽을 마저 둘러보고 저녁까지 먹고 들어가려다가 더이상 걸을 수가 없을 거 같아서 그대로 호텔로 들어왔다.

놀려고 해도 역시 체력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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