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14의 게시물 표시

천국보다 낯선, 이장욱

떨어지는 빗방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떨어진다. 행인들이 우산을 펴 드는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자사로, 다른 표정으로, 다른 각도로, 우산을 펴 든다. 풍경이란 언제나 그런 방식으로 펼쳐진다. 그것이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 나는 인생이라는 단어에 호의적인 편이 아니다. 하지만 어떤 인생도 멸시받아서는 안 되며, 각각의 인생은 각각의 방식으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음을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인생이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면, 인생의 끝 역시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죽은 사람에게 예의를 갖추어 슬픔을 표하는 것, 그것은 같은 시간을 지나온 인간으로서 불가피한 일이다. 그것 자체가 문명의 형식이라는 것을 나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p.10~11 어떤 비극은 리듬조차 견디지 못한다. 그것이 리듬의 탓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비극의 탓은 더더욱 아니다. p.12 사랑은 때때로 우리를 구원하지만, 아니 사랑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사랑이 세계의 진실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세계의 진실이란 밤처럼 냉정한 것이다. 그것은 차라리 사랑이 완전하게 사라진 상태에 가깝다. 우리가 그것을 깨닫는 것은, 대개 이미 늦은 다음이지만. p.29 영혼의 거죽 아래에는 보이지 않는, 고요한, 그러나 들끓는 심연이 있다. 그 심연은 말로 표현되지 않는다. 그것은 때로 밤의 호수처럼 아름답고, 때로 밤의 늪처럼 두려울 뿐이다. 심연은 이 세계의 많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그 심연, 호수, 늪을 기록하는 것이 내가 소설을 쓰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정치니 법이니 신문 기사 같은 것들의 단순하고 명료한 언어들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실연 때문에 자살했다느니, 실업을 비관해 투신했다느니, 원한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느니 하는 말들을 거의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언제나 표면만을 부유하는 그 언어들을 인간에 대한 모독으로 느꼈기 때문에...... 소설이

최영미, 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멀리멀리 져버리고 보일듯말듯 속히 잊혀지기를. 송구영신의 달이 왔으니 이제는 let bygones, be bygones. 둥글고 단단하게 여물도록 하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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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컴퓨터였다면 클릭 한번으로 다 잊어버릴텐데. = How was your day? 카메라가 부에노스아이레스 라는 도시를 훑는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측벽이라는 조금은 낯선 개념도. 마음을 열듯 측벽에 제멋대로의 창을 뚫었을 때 맞은편에서 운명의 상대가 미소짓고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 것인가. 만나야 할 사람들은 언젠가 기어코 만나고야 마는 것일까. 나도 월리를 찾아 도시를 정처없이 헤메어야겠다 . 무엇보다, 남미에 가고싶어졌다.

어바웃 타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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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모두가 함께 하는 여행이다.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We are all travelling through time together, everyday of our lives. All we can do is do our best to relish this remarkable ride. Live life as if there were no second chance. 인생은 누구나 비슷한 길을 걸어간다. 결국엔 늙어서 지난날을 추억하는 것뿐이다. 결혼은 따듯한 사람하고 하거라. = 시간을 되돌린다면, 과연 나는 모든 일들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을까. 지나고 난 뒤에 후회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지난 실수와, 지난 미숙함과, 지난 오해들로 상처를 주고받은 일은 셀 수조차 없을 것이다. 요즘 계속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그때그때의 내 작은 실수들, 작은 소홀함, 작은 무심함이 모여서 마음을 조금씩 깎아내렸을 것이다. 그렇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자주 실망을 안겨주었다. 하루하루, 순간순간에 최선의 성의와 예의를 갖춰 삶을 만끽해야 한다. 맞는 얘기다. 그만큼 알고 있으면서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만끽'은 아름다우면서도 어려운 말이다. 순간을 만끽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뒤늦은 사과를 하고 싶지만 방법은 없다. 지금은 먹먹하기만 한 지난 날들도 언젠가 추억으로 넘겨버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추억과 마음 사이의 온도차를 극복하기 위해 아마도 매일매일 나는 좀더 부지런하게 주어진 순간을 살아내야만 할 것이다.

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존재 가능한 언어에서 n이라는 숫자는 동일한 단어를 사용한다. 몇몇 언어에서는 '도서관'이란 상징이 '육각형 진열실들로 이루어진 영원하고 도처에 존재하는 체계'라는 정확한 정의를 수용한다. 하지만 '도서관'은 '빵'이나 '피라미드' 혹은 그 어떤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도서관을 정의 내리고 있는 앞의 일곱 단어가 다른 의미를 띠기도 한다. 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당신은 내가 쓰는 언어를 이해한다고 확신하는가? ... 아마도 늙고 두려움을 느끼는 탓에 내가 속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유일한 종족인 인류가 멸망 직전에 있다 해도 '도서관'은 불을 환히 밝히고 고독하게, 그리고 무한히,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소중하고 쓸모없으며 썩지 않고 비밀스러운 책들을 구비하고서 영원히 존속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만일 어느 영원한 순례자가 어떤 방향으로건 도서관을 지나갔다면, 수 세기 후에 그는 동일한 책들이 동일한 무질서(무질서가 반복되면 질서가 될 것이다. 진정한 '질서'가.) 속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할 것이다. 나의 고독함은 그런 우아한 희망으로 기뻐한다. p.108-109, 바벨의 도서관 그에게 잠을 자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었따. 잠을 잔다는 것은 세상으로부터 마음을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p.147, 기억의 천재 푸네스 운명은 죄를 감안하지 않기에,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무자비해질 수 있다. p.218, 고양이의 새까만 털을 쓰다듬는 동안, 그는 그 감촉이 꿈이며 자기와 고양이는 마치 유리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인간은 시간 가운데, 즉 연속성 가운데 살고 있지만, 마술적인 동물은 현재에, 즉 순간의 영원 속에 살기 때문이었다. p.221, 남부 = 여전히 어려운 책이다. 우리 문단에서 받아들여지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도 이해가 된다. 짤막한 이야기들이 문장만 주무르는 것이

응답하라 1994

•1 난 사랑에 빠졌죠 - 박지윤 마지막 승부 - 김민교 다시 시작해 - 이창권 핑계 - 김건모 서울 이곳은 - 장철웅 (1994년 드라마 서울의 달 주제가) 서울 이곳은 - 로이킴 휴식을 위하여 - 장철웅 너에게 원한 건 - 노이즈 꿈 - 조용필 내일은 사랑 - 이후종 •2 Call Me - 허경영 내일은 사랑 - 이후종 The Sign - Ace Of Base 너에게로 가는 길 - 장동건 아껴둔 사랑을 위해 - 이주원 어떤 기다림 - 김건모 핑계 - 김건모 백일째 만남 - 룰라 너에게 - 서태지와 아이들 1994년 어느 늦은 밤 - 장혜진 플란다스의 개 - 이오공감[1] •3 어떤 그리움 - 이은미 신인류의 사랑 - 015B Take Me Home Country Roads - John Denver 서울 이곳은 - 로이킴 자유시대 - 모자이크 도시인 - N.EX.T 너에게 - 성시경 Evergreen - Susan Jacks 또 다른 시작 - 서지원 너를 향한 마음 - 이승환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 - 김성호 She's Gone - Steelheart 매일 매일 기다려 - 티삼스 •4 이름이 뭐예요? - 4minute 우리는 - 듀스 아라비안나이트 - 김준선 Without You - Mariah Carey 추억#1 - 조규찬 그대 나를 깨우리 - 윤상해 그녀의 모든 아침 - The Classic[2] 너는 왜 - 철이와 미애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 신해철 뭐야이건 - 지니 가려진 시간 사이로 - 윤상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 015B 내 눈물 모아 - 서지원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015B •5 나의 곁엔 언제나 - 더 블루 내 모든 것 - 서태지와 아이들 99.9 - 배일호 샴푸의 요정 - 빛과 소금 신토불이 - 배일

2013

레미제라블 잊혀진 꿈의 동굴 베를린 뮌헨 월플라워 라빠르망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신세계 스토커 화양연화 지아이조2 아이언맨3 스타트렉다크니스 퍼시픽림 비포 미드나잇 설국열차 일대종사 더테러라이브 남자사용설명서 연애의 목적 소원 미술관 옆 동물원 그래비티 토르2 블루 재스민 동사서독 리덕스 어바웃타임 라붐 이기적유전자 2012이상문학상수상집 지식e 6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프로듀서는 기획으로 말한다 예루살렘의 아이하만 클라우드 아틀라스 11분 팔코너 2013이상문학상수상집 말테의 수기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반짝반짝 빛나는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배고픔의 자서전 사랑의 기술 살인자의 기억법 공무도하 군중심리 침묵의 공장 바람의 사생활 64 픽션들 세계의 끝 여자친구 소문의 여자 28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 형편없이 적게 보고 읽고 느꼈다. 텅 빈 마음이 드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뭔가 축적하는 한해를 보내야겠다.

28, 정유정

링고는 자기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을 줄 알았다. 그것은 자신의 전부를 걸어 어느 순간에 집중하게 한다는 점에서 욕망이고, 느낌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육감이며, 충동을 누르고 때를 기다리게 한다는 점에선 자기명령이었다. p.43 그녀는 움켜쥔 손을 슬그머니 등 뒤로 숨겼다. 목이 답답해왔다. 하고 싶은 말이 목젖 밑에서 신물처럼 솟구쳤다. 그때 살려고 애쓰는 것 말고 무엇이 가능했겠느냐고. 삶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본성이었다. 생명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본성. 그가 쉬차를 버리지 않았다면 쉬차가 그를 버렸을 터였다. 그것이 삶이 가진 폭력성이자 슬픔이었다. 자신을, 타인을, 다른 생명체를 사랑하고 연민하는 건 그 서글픈 본성 때문일지도 몰랐다. 서로 보듬으면 덜 쓸쓸할 것 같아서. 보듬고 있는 동안만큼은 너를 버리지도 해치지도 않으리란 자기기만이 가능하니까. p.346 = 흡입력 하나 대단하다. 정말이지 문장을 돌아볼 겨를도 없었다. 뭔가 전에 그려보지 않은 소재와 시선이 주는 생경한 충격에 완전히 압도당한 기분이랄까. 다 읽은 뒤에 잠이 들었는데 그날 밤 다시 못꿀 것 같은 해괴한 개꿈을 꾸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다리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인간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며 몰락하는 존재라는 데 있다. 나는 사랑한다. 다가올 미래의 세대를 옹호하고 인정하며, 지난 세대를 구제하는 자를. 그러한 자는 오늘의 세대와 씨름하면서 파멸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한다. 상처를 입어도 그 영혼의 깊이를 잃지 않으며 작은 체험만으로도 멸망할 수 있는 자를. 그런 자는 이렇게 하여 즐거이 다리를 건너간다. 나는 사랑한다. 자기 자신을 잊은 채 만물을 자신 안에 간직할 만큼 그 영혼이 넘쳐흐르는 자를. 그리하여 만물이 그의 몰락의 계기가 된다. -p.19~21 나는 모든 글 가운데서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피로 써라. 그러면 그대는 피가 곧 정신임을 알게 되리라. -p.63 우리가 삶을 사랑하는 것은 삶에 익숙해져서가 아니라 사랑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사랑에는 언제나 약간의 망상이 들어 있다. 그러나 그 망상 속에도 언제나 약간의 이성이 들어 있다. 삶을 기꺼이 맞아들이는 내게도 나비와 비눗방울, 그리고 인간들 가운데서 나비와 비눗방울 같은 자들이 행복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p.65 그대는 새로운 힘이며 새로운 권리인가? 최초의 움직임인가? 스스로의 힘으로 돌아가는 수레바퀴인가? 그대는 또한 별들을 강요하여 그대 주위로 돌게 할 수 있는가? -p.108 고독한 자여, 그대는 창조하는 자의 길을 가고 있다. 그대는 그대의 일곱 악마로부터 하나의 신을 창조하려고 한다! 고독한 자여, 그대는 사랑하는 자의 길을 가고 있다. 그대는 자신을 사랑하고 그럼으로써 자기 자신을 경멸한다. 사랑하는 자만이 경멸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자는 경멸하기 때문에 창조하려고 한다! 자신이 사랑한 것을 경멸할 줄 몰랐던 자가 사랑에 대해 무엇을 알겠는가! 그대의 사랑과 함께, 그리고 그대의 창조와 함께, 형제여, 그대의 고독 속으로 들어가라. 그러면 나중에서야 정의가 절름거리며 그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