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14의 게시물 표시

연애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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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쩌다가 우리가 한 침대에서 자게 됐어? # -이거 꿈인가? 꿈이니? 우리가 지금 다시 만난 거. -꿈은 아니야. 넌 꿈에는 절대 안 나타나는 여자니까. 그런여자야 너는. 보고싶어서 한번만 꿈에 나타나 달라고 빌어도 빌어도 안나오던 여자. -꿈 맞네. 강태하는 그런 말 하는 남자는 아니었으니까. -어떤 남자였는데? -맨날 기다리게 하던 남자. 나 혼자 동동거리게 하던 남자. 나보다 중요한 게 엄청엄청 많던 사람. 나를 좋아한다면서 이렇게 하찮게 대할 수 있나 자존심 상하게 하는 사람.. 2. 그 남자랑 헤어지고 나한테 올래? # -우리가 왜 헤어져야 되는데? -그 이유를 모르는 남자니가 헤어지자고 한 거야. 내가 왜 힘들어하는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남자잖아. # 강태하 때문에 알았어요. 연애는 여자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걸. 남자를 움직이게 만들어야 되는 거더라구요. 그래야 내가 원하는 걸 얻는 게임이 연애더라구요. 예전에는 그걸 몰랐어요. 5년 전에는 강태하가 나빴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좋다고는 생각하진 않지만,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제가 남자를 몰랐던거에요. 남자를 다루는 방법을 몰랐던 거. 3. 질투라고 말해도 할 수 없고 # 왜 저 여자를 그렇게 오랫동안 잊지 못했는지 깨달았어요. 한여름이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냥, 한여름은 한여름이니까. 이 남자는 여름이를 가졌잖아요. 질투는 아닌데, 아니 뭐 질투라고 해도 할 수 없고. 그냥 이 남자는 자기가 어떤 여자를 가졌는지 알고나 있을까 궁금했어요. 이 남자는 알고 있어요. 자기가 가진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느껴졌어요. 눈부신 자부심이. # 니가 하루종일 공방에서 힘들게 일하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말이 잘 통하고 엄청 친한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 좋겠지? 근데 이 친구가 막차 시간이 돼도 안 가. 밤 새워 놀아도 돼. 한방에서 껴안고 잠을 자도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어. 어머니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

최영미, 옛날의 불꽃

옛날의 불꽃 최영미 잠시 훔쳐온 불꽃이었지만 그 온기를 쬐고 있는 동안만은 세상 시름, 두려움도 잊고 따뜻했었다 고맙다 내게 해준 모든 것에 대해 주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도 = 계절이 깊었다. 온갖 따듯한 것들에 대한 향수가 짙어진다. 추워서 그런거겠지. 나는 담백해지려면 멀었다.

이장욱, 정오의 희망곡

정오의 희망곡 이장욱 우리는 우호적이다 분별이 없었다 누구나 종말을 향해 나아갔다 당신은 사랑을 잃고 나는 줄넘기를 했다. 내 영혼의 최저 고도에서 넘실거리는 음악, 음악은 정오의 희망곡. 우리는 언제나 정기적으로 흘러갔다 누군가 지상의 마지막 시간을 보낼 때 냉소적인 자들은 세상을 움직였다. 거리에는 키스신이 그려진 극장 간판이 걸려 있고 가을은 순조롭게 깊어갔다. 나는 사랑을 잃고 당신은 줄넘기를 하고 음악은 정오의 희망곡 냉소적인 자들을 위해 우리는 최후까지 정오의 허공을 날아다녔다. = 나는 사랑을 잃고 당신은 줄넘기를 하고

백창우, 오렴

오렴 사는 일에 지쳐 자꾸 세상이 싫어질 때 모든 일 다 제쳐두고 내게 오렴 눈물이 많아지고 가슴이 추워질 때 그저 빈 몸으로 아무 때나 내게 오렴 네가 자유롭게 꿈꿀 수 있는 방 하나 마련해 놓고 널 위해 만든 노래들을 들려줄게 네가 일어날 때 아침이 시작되고 네가 누울 때 밤이 시작되는 이곳에서 너를 찾으렴 망가져 가는 너의 꿈을 다시 빛나게 하렴 = 저렇게 쉴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누군가에게 저런 쉼터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의 망가진 꿈을 빛나게 할 수 있는 건 얼마나 장엄하고 숭고한 일인지. 신 말고도 저런 안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큰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성숙한 인간이 되고 싶다. 사실 이 시와 대구를 이루는 '가렴'이라는 같은 시인의 시가 있는데 그 시는 어쩐지 너무 마음이 아파서 적고 싶지가 않다. 늘 모두가, 오기만 했으면 좋겠다. 떠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