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창우, 오렴




오렴
사는 일에 지쳐 자꾸
세상이 싫어질 때
모든 일 다 제쳐두고
내게 오렴

눈물이 많아지고
가슴이 추워질 때
그저 빈 몸으로 아무 때나
내게 오렴

네가 자유롭게 꿈꿀 수 있는
방 하나 마련해 놓고
널 위해 만든 노래들을 들려줄게

네가 일어날 때
아침이 시작되고
네가 누울 때
밤이 시작되는 이곳에서
너를 찾으렴

망가져 가는 너의 꿈을
다시 빛나게 하렴



=

저렇게 쉴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누군가에게 저런 쉼터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의 망가진 꿈을 빛나게 할 수 있는 건 얼마나 장엄하고 숭고한 일인지.

신 말고도 저런 안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큰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성숙한 인간이 되고 싶다.

사실 이 시와 대구를 이루는 '가렴'이라는 같은 시인의 시가 있는데
그 시는 어쩐지 너무 마음이 아파서 적고 싶지가 않다.
늘 모두가, 오기만 했으면 좋겠다. 떠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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