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15의 게시물 표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루

'자본론' 안에는 마르크스의 독특한 표현이 나온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하는 구조 장치의 근본이 노동력이라는 상품이라고 말한다. 노동자는 노동력을 팔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데, 자본주의를 자본주의답게 만드는 열쇠는 바로 노동력에 있다. p.43 마르크스는 노동력이 상품이 되려면 두 가지 중요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나는 노동자가 '자유로운' 신분일 것, ... 또 하나는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가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p.51-52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한다. "기술혁신은 결코 노동자를 풍족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자본이 노동자를 지배하고 보다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p.65 아무리 생각해도 생명 친화적이지 않다. 이런 방식이 상식이 된 이유는 사람들이 '덧셈'이라는 방식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p.144 사람들은 돈이라는 이름의 비료를 대량으로 투입해 경제를 뒤룩뒤룩 살찌게 한다. 내용물이야 어떻든 이윤만 늘면 된다. ... 비만이라는 병에 걸린 경제는 거품을 낳고, 그 거품이 터지면 공황(대불황)이 찾아온다. 거품붕괴는 어떤 의미에서는 너무 살쪄서 비정상이 되어버린 경제가 균형을 되찾는 자정작용이다. p.147 소셜 미디어를 통해 탄생한 유대관계는 고독한 싸움이 되기 십상인 소상인들에게 용기를 준다. p.187 =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의 열쇠라고 일컫는 노동력은 오늘날 지나치게 평가절하된 게 아닌지. 노동력이 상품이 되려면 충족해야할 조건은 '자유로운 신분일 것','생산수단을 가지지 않아야 할 것'. 이는 오늘날에도 유효한가? 소상공인이 줄어들고 있으니 오히려 뛰어들어야 한다는 내용에 선뜻 공감이 가지는 않았다. 근본적으로 어느정도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일이니 가능한 '투자'가 아닌가. 자본 없는 투자가 가능한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Aimer-vous Brahms... (민음사) "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스쳐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 형을 선고합니다" 그는 말을 멈추고는 포도주를 한 모금 길게 마셨다. 폴을 반박하지 않았다. p.43-44 그녀가 웃은 것은 두 번째 구절 때문이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구절이 그녀를 미소 짓게 했다. 그것은 열일곱 살 무렵 남자아이들에게서 받곤 했던 그런 종류의 질문이었다. 분명 그 후에도 그런 질문을 받았겠지만 대답같은 걸 한 적은 없었다. 이런 상황, 삶의 이런 단계에서 누가 대답을 기대하겠는가? 그런데 그녀는 과연 브람스를 좋아하던가? ... 그녀는 자아를 잃어버렸다. 자기 자신의 흔적을 잃어버렸고 결코 그것을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녀는 열린 창 앞에서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잠시 서 있었다. 그러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짧은 그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 물론 그녀는 스탕달을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고, 실제로 자신이 그를 좋아한다고 여겼다. 그것은 그저 하는 말이었고, 그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어쩌면 그녀는 로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 뿐인지도 몰랐다. p.56-57 그에게 인생이라는 걸 가르치는 데는 시간이 자신보다 더 유능하겠지만, 그러려면 훨씬 오래 걸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