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쓰레기 탐색자, 제프 페럴


물건을 버리는 사람들은 버리는 물건 자체를 통해 자신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표식을 남기게 된다.
p.71

결과적으로 한때 쓰레기로 버려진 물건들 때문에 길거리의 또 다른 세계는 물질문화의 풍요로움을 맛보게 된다. 수천 개의 쇼핑몰과 전통물품 상점, 소매점 등에서 끊임없이 배출되는 쓰레기가 바로 이 세계에 정착하면서 잃어버린 것들의 물질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p.90-91

누군가의 잊힌 인생처럼, 쓰레기를 수집하다 보면 많은 잊힌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세계의 모든 버려진 것들은 주인의 삶 가운데서 어느 날 문득 튀어나와 그 삶의 속도와 패턴에 대해 말해주곤 한다.
p.159

도시의 특권츠과 가난한 사람들이 만나는 뒷골목과 쓰레기통들은 여전히 열려 있는 물질의 경계선이다. 비록 완전히 열려 있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상대적으로 꽉 막힌 종교적 자비심이나 정부 기관들의 소심함에 비한다면 쓰레기통과 쓰레기더미들은 상대적으로 훨씬 자유롭게 상호간의 필요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p.303-304

버려진 옷이나 깡통이 어디에 있는지, 매일매일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대해 온통 관심을 쏟게 되는 길거리의 세계는 철저히 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깊은 대안적 의미의 세상을 품고 있다. 내가 그렇게 살았듯, 그 세계에서 노동한다는 것은 오랜 세월에 결쳐 이루어진 오늘날의 소비문화를 무너뜨리는 작업에 동참하는 것이며, 법과 범죄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며, 시간과 공간, 정체성의 현실성을 되돌아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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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배출하는 쓰레기는 우리가 애지중지 보관하고 있는 것들보다 우리를 더 적나라하게 서술하고 있다. 하성란의 '곰팡이꽃'이 마냥 허무맹랑한 얘기로 느껴지지만은 않는 것도 그때문이다.

선뜻 나서 새로운 문화에 뛰어든 작가에게 박수를.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이 인공의 생태, 새로운 세계를 어떻게 기사로 다뤄 볼 방법은 없을까. 폐지 모으는 노인들이 단가 하락으로 애를 먹고 있다던가, 도로 위의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던가 이런 류의 해묵은 기사들 말고 이 세계를 좀 재미있게 써볼 순 없을까. 고민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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