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여 (2015)

남과 여

A Man and A Woman, 2015


전도연(상민), 공유(기홍)




우리 제대로 가고 있는 거예요?



우연, 아니죠?
음.. 반반?



사는 게 왜 이렇게 애매한지 모르겠다. 



기억하지 않는 게 더 좋은 기억도 있어요. 



고마워. 
뭐가?
그냥, 다.



It's better not to know. 



=

불륜 미화냐 아니냐 논쟁이 있다. 그 나쁜 소재를 가지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논쟁이라도 시작할 수 있었을 테다. 불륜 소재 자체에 대한 호오를 떠나, 분명 잘 만든 영화다.

남과 여. 제목을 아주 잘 지었다. 낯선 세계로 여자를 이끌던 남자는 앞 뒤 잴 것도 없이 미친놈처럼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그러나 결국 책임을 방패 삼아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은 채 제 감정을 거둬들인다. 

남자가 정신없이 빠져드는 동안 여자는 재고, 따지고, 밀어내고, 또 생각한다. 가까쓰로 그 사랑을 택하고 모든 것을 내던졌을때는 이미 남자가 등 돌린 뒤다. 

누가 더 나쁘다 탓하기도 힘들 정도로 겨룰 것 없이 나쁜 년놈들이라지만, 아무래도 더 나쁜 쪽은 남자인 것 같다. 흔들 대로 흔들어놓고, 도망쳐버렸으니까. 남자는 무모했지만 용기가 없었다. 모순적이고 비겁하다. 

두 주인공의 넉넉한 재력과 아름다운 외모를 빼면 영화는 매우 현실적으로 흘러간다. 

애매한 남자가 초점 없는 눈으로 옛날의 그 길을 가는 동안, 모든 걸 던져버린 여자는 설원 위로 돌아와 새 출발을 한다. 모르는 게 나은 것, 기억하지 않는 편이 좋은 추억들을 생각하며 여자는 삶이 흔들리기 시작한 그 지점에서 다시 견고하게 삶을 쌓아 나갈 것이다. 

어느 쪽으로건 자신의 인생을 다 걸 줄 아는 사람에게 허락된 새로운 출발이다. 그래서 엔딩이 마음에 들었다. 핀란드의 설원처럼 여백이 느껴지는 담담한 연출도 좋았다. 더불어, 공유의 등근육도 참 좋더라.

애매한 남자는 절대 만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또 한번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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