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1995)

러브 레터

Love Letter, 1995


드라마, 멜로/로맨스일본117분2013.11.28 재개봉, 2013.02.14 재개봉, 1999.11.20 개봉
이와이 슌지
나카야마 미호(후지이 이츠키/와타나베 히로코)




그는 나의 연인이었습니다.
당신의 추억을 저에게도 나누어 주세요.



후지이 이츠키, 스트레이트 플래쉬!


 

너 바보니?



"내 사랑은 남풍을 타고 달려요



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요.


도서카드에 쓴 이름이 정말 그의 이름일까요? 
이 추억은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쑥쓰러워서 이 편지는 보내지 못하겠습니다.



=

겨울만 되면 첫눈처럼 떠오르는 영화. 오랜만에 봤다. 입원한 마지막 날 밤 침대에서 숨죽이고서.
히로코의 사랑 얘기 같지만 결국엔 히로코를 매개로 이츠키가 첫사랑 그녀 이츠키에게 보내는 연서 같은 영화다.

두 여자는 편지를 통해 이츠키를 추억하면서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의 성장을 겪는다.
이츠키는 미처 알지 못했던 첫사랑을 되찾고 히로코는 못내 보내지 못했던 숨진 약혼자를 비로소 놓아버릴 수 있게 된다.
독서카드 뒷면을 받아든 이츠키의 표정과 바람, 아마도 남풍에 흔들리는 독서카드 속 앳된 이츠키의 초상은 영영 잊지 못할 장면이다. 죽은 소년으로부터 뒤늦게 도착한 러브레터는 수십년을 거슬러 소녀를 그 시절로 데려다놓았다. 아마 오래도록 때아닌 첫사랑의 열병을 앓았을 테다.
설원 속에서 빨간 스웨터를 입은 히로코가 무너지듯 오열하며 안부를 묻던 장면 역시 영영 잊지 못할 것이다. 홀로 남겨진 여자는 어떻게 내게 그럴 수 있냐고 한참을 속에서 곪았을 감정을 흰 눈밭에 안부로 수놓았다. 그제서야 새 사랑을 찾아 돌아서는 발걸음의 무게를 감히 가늠하기 힘들다.
두 사람의 감정이 모두 나의 것처럼 가깝게 느껴져서 가슴이 아팠다.

첫사랑에 관한 낭만과 환상을 이보다 더 잘 담아낸 영화가 있을까. 누군가의 첫사랑이 된다는 건 참 마법 같은 일이다. 왜 죽는 순간까지 잊지 못했던 사랑을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건지 답답하기만 하지만. 그게 그래서 첫사랑인 걸까.
나의 소년은 지금 잘 지내고 있을까. 나는 잘 지내고 있다.

건축학개론이 개봉했을 때 한국판 러브레터라는 얘기들도 나왔었는데 '감히!'라고 생각했었다. 몇번을 봐도 발끈함은 가시지 않는다. 볼수록 가시지 않는다고 해야 맞겠다.

이와이슌지 감독이 어느 순간부터 팬들한테 실망을 안겨주고 계신데 어서 초심을 되찾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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