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








오늘 하마터면 절필을 할 뻔했다. 절필을 하고 싶었다. 당해낼 수 없을 만큼 좋은 글을 만났기 때문이다. 간사한 마음이다. 거장의 반열에 드는 글쟁이들의 글을 읽을 때는 들지 않는. 닿을 듯 닿지 못할 것 같은 필력을 글을 읽어야 드는 그런 마음.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나 혹은 글쓰기를 좀 즐긴다는 사람들의 빼어난 문장을 보면 언제부터인가 탁 하고 끈을 놓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욕심은 나는데 자신은 없어서다. 한때는 닮고픈 글들을 보면 힘이 나곤 했었다. 어떤 이유로 이렇게 마음이 다른 방향으로 튀기는지 알 듯 하면서도 도무지 모르겠다.

이런 괴상한 직접적 심정들을 뒤로하고 훌훌 떠나버린 언니는 '내가 이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더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봐 괴로웠다는 식으로 회고했다. 그런 순간들이 내게도 찾아온다. 부쩍 빈도가 늘어난 지가 벌써 오래다. 그런데도 미동을 않고 있다. 나약함의 또다른 표출 방식이다. 발만 동동 구르게 된다. 동동 구르던 발 밑의 지반이 자꾸 약해지면 어느날 갑자기 흔적없이 끝없는 심연 속으로 허물어져내릴 것 같다. 겁이 난다.


댓글

  1. 누구지 나 요즘 기사 안쓰는데...(망댓글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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