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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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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Veteran, 2015  123분, 2015년 8월 5일 개봉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서도철), 유아인(조태오), 유해진(최상무) # 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 가오 떨어지는 짓 좀 하지 말자. # 나한테 이러고 뒷감당 할 수 있겠어요? # 내가 죄 짓고 살지 말라 그랬지 = 류승완의 모든 것이 담긴 영화. 쉴틈없이 몰아치는 스토리와 액션이 딴 생각 할 틈을 주지 않는다. 클리셰들의 집합이지만 그 집합이 더할 나위 없는 짜임새를 갖췄다는 점에서 장르영화의 끝판왕에 가까운 완성도에 이르렀다. 황정민이야 말할 필요도 없고. 유아인의 스크린 장악력에 감탄, 또 감탄. 조태오 그 자체를 연기했다. 이제 유아인 보면 무서울 것 같다. 어이없다고 후려칠까봐. 기고만장한 이야기들이지만 모두 대한민국 재벌들이 실제로 저질렀던 악행들이다. 우린 영화보다 영화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경찰다운 경찰들이 나온단 점에서 갓 경찰 기자를 벗어난 내게 일견 뿌듯한 영화였다. 관련 취재에 충실했음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곳곳을 채운다. 이제 이런 영화 보면서 동질감 느끼지 말아야지. 난 탈사슴했으니까.

뷰티 인사이드(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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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인사이드   The Beauty Inside , 2015 한국/ 127분/ 2015년 8월 20일 개봉 감독 백감독 출연 한효주, 박서준, 이진욱, 유연석, 우에노주리, 고아성, 천우희, 박신혜, 서강준, 이동욱, 김주혁, 문숙, 이동휘, 이경영, 이미도 # 오늘은, 여기까지. # 오늘 만났던 여자를 내일도, 다음주도, 다음달에도 만날 수 있다는 건 내겐 기적같은 일이었다. # 그 사람이랑 어딜 가서 뭘 했는지는 기억이 생생한데, 그 사람 얼굴이 기억이 안 나. # 사랑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것 같지만, 사랑 때문에 모든 걸 망치기도 한다. # 어제의 나는 과연 오늘과 같을까. 변한 건 그가 아니라, 내가 아닐까. # 내가 내 사랑에 눈 멀어 아무것도 보지 못했을 뿐. = 길고 긴 CF를 본 기분. 영화 자체에 대한 감상을 굳이 꼽으라면 '아름다움'에 가깝다. 하지만 어딘가 미숙한 아름다움이랄까. 기본적으로 전하고자하는 메시지와 영화의 표면이 충돌한다는 점에서 의도했던만큼의 감동을 자아내지 못했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영화의 주인공은 유독 아름답게 찍힌 한효주다. 주인공 우진과의 관계 진전 역시 우진이 아름다운 모습을 했을때(박서준, 이진욱, 유연석 등등)만 이뤄진다. 그래서 영화가 스스로 만든 벽을 깨지 못했다는 인상이 지워지지 않는다. 사랑의 본질과 내면의 힘 등 어떤 원초적인 가치에 대한 고민을 남겨줬다는 점에선 신선했다. 배우의 등장으로 관객석이 방청석으로 바뀌는 경험도 오랜만에 했다. 이진욱이 등장하는 그 찰나, 사방의 남녀노소가 저마다의 탄식을 토해내는 장관을..

사도(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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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The Throne , 2014 감독: 이준익 출연: 송강호, 유아인, 문근영 # 이것은 나랏일이 아니고 집안일이다. # 허공으로 날아간 저 화살이 얼마나 떳떳하냐. # 사람이 있고 예법이 있는 것이지, 어떻게 예법이 있고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까. 공자도 그랬습니다. 사람의 말단을 보지 말고 마음을 보라고. 저는 그날 아비의 마음을 보았습니다. # 내가 바란 것은 아버지의 따듯한 눈길 한 번, 다정한 말 한 마디였소. # 어찌하여 너와 나는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 와서야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단 말이냐 나는 자식을 죽인 임금으로 기록될 것이다. 너는 임금을 죽이려 한 역적이 아니라 미쳐서 아비를 죽이려 한 광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래야 세손이 산다. = 아비 복은 없어도 자식 복은 있었던 어느 불행한 왕자 개인의 내밀한 이야기. 광인으로 묘사된 사도세자라는 인물의 기구한 삶, 그 역사적 공백을 부자지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빼곡히 채웠다. 아버지는 아버지이기보다 왕이어야만 했고, 아들은 왕자이기 이전에 아들이고 싶었을 뿐이었다. 비단 왕실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늘날의 숱한 부자지간과 멀게 느껴지지 않는 건 어떤 전통 같은 가부장적 요소가 아직도 우리네 삶 속에 흐르기 때문일까. 미술 하고 싶은 아들 서울대 의대 보내려다 잡는 이야기라는 농담이 마냥 농담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영화를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서로를 향한 부자지간의 광기를 마냥 손가락질 할 수만은 없다. 누가 먼저 엇나갔는지 애써 탓할 필요도 없다. 가정사는 곧 시대적 비극이 되고, 시대사가 곧 한 가족의 비극이 된다. 그게 '관계'에 대한 이 영화의 치밀한 구조이자 포용이다. 송강호의 아우라에 눌리지 않는 유아인의 연기 신공이 스크린을 압도한다. 반올림 시절만 해도 이정도의 거물 배우로 성장할 줄 누가 알았을까. 베테랑에 이어 사도에서도 올 한해 한국 영화의

암살(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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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Assassination, 2015 최동훈 전지현 (안옥윤),  이정재 (염석진),  하정우 (하와이 피스톨) # -작전은 5분 안에 끝내고 우린 살아서 돌아갑니다 # -매국노 몇 명 죽인다고 독립이 되나? # -모르지. 그치만 알려줘야지. 우리는 계속 싸우고 있다고. # -마지막 통화가 될 것 같네요. 꼭 성공하세요. # -잊혀지겠죠? 미안합니다. # -몰랐으니까. 해방이 될 지 몰랐으니까. # -16년전 임무, 염석진이 밀정이면 죽여라. 지금 수행합니다. = 광복 70주년, 광복절에 맞춰 개봉한 게 신의 한수였다. 매번 흥행작을 배출한 최동훈 감독이 전지현, 하정우, 이정재라는 거물급 배우들과 감초 같은 조연들을 싸그리 모아 만든 영화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우려도 뒤따랐다. 주연 배우들 이미지 소비가 컸다. 전지현과 이정재는 도둑들에서 호흡을 맞췄고, 하정우와 전지현이 베를린에서 부부를 연기했다. 조연 배우들도 영화 하나 개봉 했다 치면 늘상 만날 수 있는 배우들이었단 점에서 더 그랬다.  개인적으론 우려와 다르게 나쁘지 않은 총평을 주고 싶다.  단연 돋보이는 건 배우 전지현이다. 이제 전지현은 한국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제 자리를 확실히 잡았다. 오히려 전작들과는 달리 하정우의 상하이피스톨이 크게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만큼이나 러닝타임 내내 은막 위는 전지현 캐릭터의 독주무대 같았다. 이런 류의 영화가 늘 그렇듯 싸구려 감성팔이라는 지탄을 아주 피하기는 쉽지 않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기억하게끔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영화다.

미술관 옆 동물원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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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게 처음부터 풍덩 빠지는 것인 줄로만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들어 버리는 것인 줄은 물랐어." "요즘 사람들 사랑은 같은 음악을 듣더라도 각자 이어폰을 끼고 듣는 꼴 같아. 조금은 이기적이고 또 조금은 개인적이고 왠지 뭔가 자기가 갖고 있는 걸 다 내주지 않는..." "난 정말 달인가 보다. 내 안에서는 노을이 지지도 않으며, 그에게 미치는 내 중력은 너무도 약해 그를 당길 수도 없다." "멀리 있는 별들은 더 빨리 멀어져서 절대로 따라잡을 순 없다지. 그는 그 별들처럼 더욱더 멀어지고 난 결코 그에게 다가갈 수 없겠지. 그와 나 사이엔 수억 년의 차이가 있다. " "평균 수명이 길어졌으니까 그만큼 철도 늦게 드는 거야." "별은 언제나 과거의 빛이다. 저 별의 현재는 이미 먼 미래가 되어버렸다. 현재를 아주 보잘것 없이 만드는 그 막대함이 마음에 든다." "해보고 나서 후회하는 게 시작도 안하고 아쉬워하는 것 보다 나아. 후회보다 미련이 훨씬 오래가는 법이거든." 오래된 멜로 영화는 촌스럽지 않다. 멜로라는 장르의 본질은 시대가 흐른대도 크게 변할 것 없는 그 무엇이기 때문일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나 오늘날 수목드라마에서나 98년에 개봉한 영화나 2018년에 개봉할 영화. 이들의 대사 한 줄에서 내 감정을 단련할만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건 줄리엣도, 춘희도, 태공실도, 나도 모두가 같은 감정을 앓는 까닭이다. 누군가에게 물들어간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자신을 되찾기까지는 그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눈먼 감정의 바다를 한없이 헤맸다. 한 발짝 떨어져 내 어린 감정을 돌아볼 때, 나는 부끄럽지 않은가? 미안해야 하는지, 고마워야 하는지, 미워야 하는지, 정다워야 하는지, 그리워야 하는지. 복잡하다. 확실한 건 사랑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