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2014)


사도 The Throne , 2014
감독: 이준익
출연: 송강호, 유아인, 문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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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나랏일이 아니고 집안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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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으로 날아간 저 화살이 얼마나 떳떳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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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있고 예법이 있는 것이지, 어떻게 예법이 있고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까. 공자도 그랬습니다. 사람의 말단을 보지 말고 마음을 보라고. 저는 그날 아비의 마음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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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란 것은 아버지의 따듯한 눈길 한 번, 다정한 말 한 마디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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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너와 나는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 와서야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단 말이냐

나는 자식을 죽인 임금으로 기록될 것이다. 너는 임금을 죽이려 한 역적이 아니라 미쳐서 아비를 죽이려 한 광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래야 세손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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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 복은 없어도 자식 복은 있었던 어느 불행한 왕자 개인의 내밀한 이야기.

광인으로 묘사된 사도세자라는 인물의 기구한 삶, 그 역사적 공백을 부자지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빼곡히 채웠다.

아버지는 아버지이기보다 왕이어야만 했고, 아들은 왕자이기 이전에 아들이고 싶었을 뿐이었다.

비단 왕실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늘날의 숱한 부자지간과 멀게 느껴지지 않는 건 어떤 전통 같은 가부장적 요소가 아직도 우리네 삶 속에 흐르기 때문일까. 미술 하고 싶은 아들 서울대 의대 보내려다 잡는 이야기라는 농담이 마냥 농담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영화를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서로를 향한 부자지간의 광기를 마냥 손가락질 할 수만은 없다. 누가 먼저 엇나갔는지 애써 탓할 필요도 없다. 가정사는 곧 시대적 비극이 되고, 시대사가 곧 한 가족의 비극이 된다. 그게 '관계'에 대한 이 영화의 치밀한 구조이자 포용이다.

송강호의 아우라에 눌리지 않는 유아인의 연기 신공이 스크린을 압도한다. 반올림 시절만 해도 이정도의 거물 배우로 성장할 줄 누가 알았을까. 베테랑에 이어 사도에서도 올 한해 한국 영화의 키워드로 꼽히기 손색 없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특히 오프닝 시퀀스 직후 소경박수의 곡소리에 맞춰 관을 박차고 일어나 칼을 들고 빗속을 성큼성큼 내달리는 장면. 내내 잊혀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이준익 감독이 '왕의 남자'가 세운 벽을 스스로 깨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이번 영화로 더 큰 가능성을 보게 됐다. 왕의남자보다는 정적이기에 지루한 감도 없지 않지만, 남다른 서사의 깊이가 돋보였다. 차기작이 사도를 압도할 거란 인터뷰가 있던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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