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녀 (2017) Microhabitat 드라마 한국 2018.03.22 개봉 106분, 15세이상관람가 (감독) 전고운 (주연) 이솜 , 안재홍 봄에 하자.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난 갈 데가 없는 게 아니라 여행 중인 거야. 담배, 위스키, 그리고 한솔이 너만 있으면 돼. 사람답게 사는 게 뭔데? 기분이 안 좋다는 건 뭔가 잘못 됐다는 거야. 결혼이 병인 것 같아. 못 벗어나. 집이 아니라 감옥이야. 이 집 한달 대출 이자가 얼만 줄 알아? 본의 아니게 폭력적이어서 미안하다. = 계란 한 판 만큼의 여유도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순수. 대체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일까. 삶에서 단 세 가지를 고르라면 나는 쉽게 셋을 꼽을 수 있을까. 마음이 어지러워졌다.
시간차공격 오은 기다리는 사람 찾아오는 것 시간에 금이 가던 순간 순간에 윤이 나던 시간 시간은 길지 않고 순간은 많지 않아서 금은 틈을 내고 윤은 무늬를 이루었다 시간은 촘촘하지 않고 순간은 아질아질해서 그 틈에 발이 빠진 적도 있었다 그 무늬에 넋을 빼앗겨 한데 어룽진 적도 있었다 기다리는 것 찾아오는 사람 문이 열렸다 공기가 들어왔다 몇 개의 단어가 사연을 품고 따라 들어왔다 하나의 몸뚱이에서 겹침이 일어났다 시간이 오직 순간이던 때가 있었다 순간이 시간을 꽉 채우던 때가 있었다 문이 열렸다 닫혔다 벌써 찾아오고 난 뒤에 아직 기다리는 움직임이 있었다 충만한 상실감이 있었다 <유에서 유> 문학과지성 시인선 488 문학과지성사 = 그 공격 앞에 속수무책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Aimer-vous Brahms... (민음사) "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스쳐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 형을 선고합니다" 그는 말을 멈추고는 포도주를 한 모금 길게 마셨다. 폴을 반박하지 않았다. p.43-44 그녀가 웃은 것은 두 번째 구절 때문이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구절이 그녀를 미소 짓게 했다. 그것은 열일곱 살 무렵 남자아이들에게서 받곤 했던 그런 종류의 질문이었다. 분명 그 후에도 그런 질문을 받았겠지만 대답같은 걸 한 적은 없었다. 이런 상황, 삶의 이런 단계에서 누가 대답을 기대하겠는가? 그런데 그녀는 과연 브람스를 좋아하던가? ... 그녀는 자아를 잃어버렸다. 자기 자신의 흔적을 잃어버렸고 결코 그것을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녀는 열린 창 앞에서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잠시 서 있었다. 그러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짧은 그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 물론 그녀는 스탕달을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고, 실제로 자신이 그를 좋아한다고 여겼다. 그것은 그저 하는 말이었고, 그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어쩌면 그녀는 로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 뿐인지도 몰랐다. p.56-57 그에게 인생이라는 걸 가르치는 데는 시간이 자신보다 더 유능하겠지만, 그러려면 훨씬 오래 걸리리라....
번지점프를 하다 로맨스/멜로/드라마 한국 2001.02.03 개봉 101분, 15세이상관람가 (감독) 김대승 (주연) 이병헌 , 이은주 내가 마법 걸었어요. 이렇게 새끼손가락 펴게. 조심하고 싶었어요. 아는 척 하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게 될까봐요. 첫눈에 보고 사랑에 빠졌다는 건 지금 니 얼굴이나 니 몸메가 맘에 든다는 얘기거든. 근데 사랑은 그렇게 순간적으로 풍덩 빠지는 게 아니야. 그 사람을 알아보는 거지. 이 줄은 세상인데 이 세상 암 곳에다 작은 바늘 하나를 세우고 하늘에서 아주 작은 밀씨 하나를 뿌렸을 때 그게 그 바늘에 꽂힐 확률, 그 계산도 안 되는 확률로 만나는 게 인연이다. - 왔구나. - 미안해, 너무 늦었지? - 늦게라도 와줘서 고마워. - 이번엔 여자로 태어나야지. - 그런데 나도 여자로 태어나면 어떻게 하지? - 그럼 또 사랑해야지 뭐. 인생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대도 그 아래는 끝이 아닐 거라고 당신은 말했습니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영원히. = 헤아릴 수 없는 확률로 시작되는 만남, 상대를 알아볼 수 있는 능력, 의지로 다스릴 수 없는 마음, 인생의 절벽 아래로라도 함께라면 뛰어내릴 수 있는 믿음, 이 모든게 한데 모여 서로 사랑한다는 기적을 만들어낸다. 개연성으로 인한 아쉬움은 중간중간 마음에 쏙 드는 연출이 수두룩해 상쇄되었다. 이제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를 들으면 두...
버닝 맨 Burning Man, 2011 드라마 , 멜로/로맨스 영국 , 오스트레일리아 110분 2013 .08.07 개봉 조나단 텝리츠키 매튜 구드 (톰), 보자나 노바코빅 (사라) Be careful that you don't go so far out that you can't find your way back. What if I don't want to get back? F-word F-word F-word F-word cancer. Can I say it once? Okay just once. Fucking cancer. I indicated right, and turned left. You got your mother's eyes. =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 성혼 선서에도 불구하고 분명 예고 없이 죽음이 둘 사이를 갈라놓는 순간이 온다. 빠를 수도 있고, 더딜 수도 있다. 어느 때건,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자명하고도 잔인한 진리다. 사별 뒤의 삶을 견뎌내야만 하는 남겨진 자의 타들어가는 듯한 몸부림을 연기하는 매튜 구드가 너무 좋았다. 그는 정말이지 오른쪽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하듯 방향을 잃고 지낸다. 조각난 삶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지난하고, 위태롭다. 보는 내내 ' 데몰리션 ' 생각이 났다. 데몰리션 의 데이비스가 스스로 치유하고 진정한 삶을 되찾기 위해 부숴야 했다면, 버닝맨의 톰은 아무데서나 불쑥불쑥 튀어나와 불타오르는 추억들을 다시 직면해야 하는 것이다. 시신이 담긴 관은 활활 잘만 타오르는데 조각난 기억들은 남겨진자의 생을 붙들고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다. 산 사람의 일상에 매일같이 펼쳐지는 사투다. 두 이야기에 차이를 만드는 변수는 '아이'다. 이 놀라운 사랑의 결실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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