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니, 그믐으로 가는 검은 말
그믐으로 가는 검은 말
이제니
꿈을 꾸고 있었다
구두를 잃어버린 사람이 울고 있었다
북해의 지명을 수첩에 적언허었다
일광의 끝을 따라 죽은 사람처럼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밤 전무한 추락처럼 검은 새는 날아올랐다
언덕에 앉아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휘파람을 불려고 애쓰는 사이
그 사이
흉터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것은 너의 손목에 그어진 열십자의 상처였다
한번 울고 한번 절할 때 너의 이마는 어두워졌다
쓸모없는 아름다움만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바닥에 앉아 꽃을 파는 중국인 자매를 보았다
모로코나 알제리 사람인지도 모르지
이미 죽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에게 말할 수 없습니다
비밀을 지킬 수 있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네가 누군가를 비난할 때 그것이 너 자신의 심장을 겨눌 때
거리의 싸구려 과육과 관용을 함부로 사들일 때
나는 그것이 네가 병드는 방식인 줄을 몰랐다
말수가 줄어들듯이 너는 사라졌다
네가 사라지자 나도 사라졌다
작별인사를 하지 않는 것은 발설하지 않은 문장으로
너와 내가 오래오래 묶여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잊혀진 줄도 모른 채로 잊혀지지 않기 위함이다
제 말을 끝까지 들어보세요
할 수 있는 것은 하겠습니다
창문을 좀 열어도 되겠습니까
문이 잠겨서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 밤 우리는 둥글고 검은 것처럼 사라졌다
문장 사이의 간격이 느슨해지듯 우리는 사라졌다
누구도 우리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
<아마도 아프리카>
창비시선321
창비
=
기울어 사라지는 모든 것.
쓸모없고 아름다워 영원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의 안녕을 빌면서 문장을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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