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점프를 하다 (2000)
번지점프를 하다
내가 마법 걸었어요. 이렇게 새끼손가락 펴게.
조심하고 싶었어요. 아는 척 하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게 될까봐요.
첫눈에 보고 사랑에 빠졌다는 건 지금 니 얼굴이나 니 몸메가 맘에 든다는 얘기거든.
근데 사랑은 그렇게 순간적으로 풍덩 빠지는 게 아니야.
그 사람을 알아보는 거지.
이 줄은 세상인데 이 세상 암 곳에다 작은 바늘 하나를 세우고
하늘에서 아주 작은 밀씨 하나를 뿌렸을 때 그게 그 바늘에 꽂힐 확률,
그 계산도 안 되는 확률로 만나는 게 인연이다.
- 왔구나.
- 미안해, 너무 늦었지?
- 늦게라도 와줘서 고마워.
- 이번엔 여자로 태어나야지.
- 그런데 나도 여자로 태어나면 어떻게 하지?
- 그럼 또 사랑해야지 뭐.
인생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대도 그 아래는 끝이 아닐 거라고 당신은 말했습니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영원히.
=
헤아릴 수 없는 확률로 시작되는 만남, 상대를 알아볼 수 있는 능력,
의지로 다스릴 수 없는 마음, 인생의 절벽 아래로라도 함께라면 뛰어내릴 수 있는 믿음,
이 모든게 한데 모여 서로 사랑한다는 기적을 만들어낸다.
개연성으로 인한 아쉬움은 중간중간 마음에 쏙 드는 연출이 수두룩해 상쇄되었다.
이제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를 들으면 두 연인의 붉은 그림자만 생각날 것 같다.
유진 초이, 내 그대를 정녕 연기로는 깔 수가 없을 것 같소. 거듭 인정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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