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랍스터(2015)

더 랍스터 

The Lobster, 2015







레이첼 와이즈콜린 파렐레아 세이두,  벤 위쇼

###스포일러있습니다














여긴 분명, 나라도 시대도 알 수 없는 근미래의 디스토피아다. 모두가 사랑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곳이다. 사랑이라기보다는 '반쪽'에 대한 집착이라고 해야 하나.
여기서 반쪽은 말 그대로 반쪽이어서 상대가 없는 존재는 미완이요, 불량이다.
미완의 존재들은 수용소나 다름없는 호텔로 보내진다. 호위호식이 편치 않은 그런 곳이다.
주어진 시간이 지나고 덧없이 짐승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제도 안에서 인정 받고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모두가 필사적으로 짝을 구해야 한다.
짝을 찾는 방식은 기괴하고 기계적이다. 사회학자 커플, 코피를 자주 흘리는 커플, 근시 커플. 이렇게 나와 상대가 아닌 타인들의 눈으로 분류 가능한 특질들이 마치 절대적인 운명처럼 작용해 한 쌍을 만든다.
맺어진 한 쌍에게서 느껴지는 감정 또한 진정한 사랑이나 행복, 기쁨이기보다는 '안도'다.
인간으로 남을 수 있게 됐다는 어떤 일말의 안도.
이런 제도를 벗어난 외톨이들 사이라고 편치도 않다. 결국 둘이 되거나 오롯이 혼자가 되거나를 강요당하는 셈이다.
가뜩이나 오묘한 영화의 분위기가 한단계 더 뒤틀리는 건 데이비드가 호텔을 빠져나와 외톨이 무리에 속했을 때 비로소 찾아온 사랑에 위기가 도래하면서부터다.
그는 결코 사랑해선 안될 곳에서 천생연분과도 같은 근시 여인을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진다. 여인이 시력을 잃게 되면서 이들 관계는 벽에 부딪힌다. 매일같이 이것저것 물어보지만 매번 기대와 다른 답을 들으며 좌절하는 데이비드의 모습이 어찌나 아이러니한지.

영화가 이 사랑의 '진정성'을 부여하는 방식이 압권이다. 골 때린다고 해야 적확한 표현이겠다. 외톨이 리더를 처단하고 숲을 빠져나온 데이비드는 내사랑그녀를 위해 눈을 바친다!! '근시라는 공통점이 없어도 우린 사랑해요'가 아니라 '눈이 멀더라도 공통점을 만들자'는 눈먼 '사랑'이자 공통점을 만들겠다는 필사적인, 말 그대로 피눈물 나는 노력이다.
그가 결국 손에 쥔 스테이크용 나이프로 눈을 찔렀는지 어쩐지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나오지 않지만 거기까지로 충분하다.

장르로서는 블랙코미디이자 로맨스인게 분명한데 이 디스토피아가 어쩐지 우리네 현실과 너무나 닮은 듯해 스릴러가 아닐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끊임없이 관계를 갈구하는데 진정한 사랑은 멸종된
나와 상대의 본질보다는 껍질에 방점이 찍히는
죽지 않기 위해, 도태되지 않기 위해, 인간답게 살기 위해,
남에게 인정 받기 위해 짝을 찾는 그런 모습들을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도 쉽게 찾을 수 있다니 참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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