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花飛, 먼 후일

花飛, 먼 후일

김선우



그날이 돌아올 때마다
그 나무 아래서
꽃잎을 묻어주는 너를 본다

지상의 마지막 날까지 너는 아름다울 것이다
네가 있는 풍경이 내가 살고 싶은 몸이니까

기운을 내라 그대여
만 평도 백 평도 단 한 뼘의 대지도 소속은 같다
삶이여
먼저 쓰는 묘비를 마저 써야지

잘 놀다 갔다
완전한 연소였다




김선우 시집 <녹턴>
문학과지성 시인선 483



=

사랑과 죽음 사이에 흐르는 차원 다른 몽환의 시간, 거기 미리 바친 애도의 노래들.
마지막 순간에 이토록 군더더기 없이 아름다운 말을 남기고 날아가는 꽃과 같이 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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