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이 현대시인 게시물 표시

오은, 청춘

청춘 오은 거센소리로 머물다가 된소리로 떠나는 일 칼이 꽃이 되는 일 피가 뼈가 되는 일 어떤 날에는 내 손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내 손은 내가 아니니까 내 마음이 아니니까 자유는 늘 부자연스러웠다 몸의 부기를 빼는 일 마음을 더는 일 다시 예사소리로 돌아가는 일 꿈에서 나와 길 위에 섰다 아직, 꿈길 같았다 <유에서 유> 문학과지성 시인선 488 문학과지성사 = 모난 것들이 아름다워지고, 흐르는 것들은 단단해지는 시간이 되기를

이제니, 그믐으로 가는 검은 말

그믐으로 가는 검은 말 이제니 꿈을 꾸고 있었다 구두를 잃어버린 사람이 울고 있었다 북해의 지명을 수첩에 적언허었다 일광의 끝을 따라 죽은 사람처럼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밤 전무한 추락처럼 검은 새는 날아올랐다 언덕에 앉아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휘파람을 불려고 애쓰는 사이 그 사이 흉터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것은 너의 손목에 그어진 열십자의 상처였다 한번 울고 한번 절할 때 너의 이마는 어두워졌다 쓸모없는 아름다움만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바닥에 앉아 꽃을 파는 중국인 자매를 보았다 모로코나 알제리 사람인지도 모르지 이미 죽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에게 말할 수 없습니다 비밀을 지킬 수 있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네가 누군가를 비난할 때 그것이 너 자신의 심장을 겨눌 때 거리의 싸구려 과육과 관용을 함부로 사들일 때 나는 그것이 네가 병드는 방식인 줄을 몰랐다 말수가 줄어들듯이 너는 사라졌다 네가 사라지자 나도 사라졌다 작별인사를 하지 않는 것은 발설하지 않은 문장으로 너와 내가 오래오래 묶여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잊혀진 줄도 모른 채로 잊혀지지 않기 위함이다 제 말을 끝까지 들어보세요 할 수 있는 것은 하겠습니다 창문을 좀 열어도 되겠습니까 문이 잠겨서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 밤 우리는 둥글고 검은 것처럼 사라졌다 문장 사이의 간격이 느슨해지듯 우리는 사라졌다 누구도 우리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 <아마도 아프리카> 창비시선321 창비 = 기울어 사라지는 모든 것. 쓸모없고 아름다워 영원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의 안녕을 빌면서 문장을 곱씹었다.

김민정,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김민정 지지난 겨울 경북 울진에서 돌을 주웠다 닭장 속에서 달걀을 꺼내듯 너는 조심스럽게 돌을 집어들었다 속살을 발리고 난 대게 다리 두 개가 V자 안테나처럼 돌의 양옆 모래 속에 꽂혀 있었다 눈사람의 몸통 같은 돌이었다 야호 하고 만세를 부르는 돌이었다 물을 채운 은빛 대야 속에 돌을 담그고 들여다보며 며칠을 지냈는가 하면 물을 버린 은빛 대야 속에 돌을 놔두고 들여다보며 며칠을 지내기도 했다 먹빛이었다가 흰빛이었다가 밤이었다가 낮이었다가 사과 쪼개듯 시간을 반토막 낼 줄 아는 유일한 칼날이 실은 돌이었다 필요할 땐 주먹처럼 쥐라던 돌이었다 네게 던져진 적은 없으나 네게 물려본 적은 있는 돌이었다 제모로 면도가 불필요해진 턱주가리처럼 밋밋한 남성성을 오래 쓰다듬게 해서 물이 나오게도 하는 돌이었다 한창때의 울이들이라면 없을 수 없는 물이잖아, 안 그래 물은 죽은 사람이 하고 있는 얼굴을 몰라서 해도 해도 영 개운해질 수가 없는 게 세수라며 돌 위에 세숫비누를 올려둔 건 너였다 김을 담을 플라스틱 밀폐용기 뚜껑 위에 김이 나갈까 돌을 얹어둔 건 나였다 돌의 쓰임을 두고 머리를 맞대던 순간이  그러고 보면 사랑이었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문학동네 = 단지 제목에 이끌려 산 시집이었다. 이렇게 쉽게 시를 쓰나 싶기도 했고,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장난치듯 늘어놓은 일상의 조각들 틈바구니에서 간혹 싸르르한 시구들이 마음에 와닿았다. 

이제니, 밤의 공벌레

밤의 공벌레 이제니  온 힘을 다해 살아내지 않기로 했다. 꽃이 지는 것을 보고 알았다. 기절하지 않으려고 눈동자를 깜빡였다. 한 번으로 부족해 두 번 깜빡였다. 너는 긴 인생을 틀린 맞춤법으로 살았고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 삶이 시계라면 나는 바늘을 부러뜨릴 테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하염없이 얼음을 지칠 테다. 지칠 때까지 지치고 밥을 먹을 테다. 한 그릇이 부족하면 두 그릇을 먹는다. 해가 떠오른다. 꽃이 핀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 울고 싶은 기분이 든다.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주기도문을 외우는 음독의 시간. 지금이 몇 시일까. 왕만두 찐빵이 먹고 싶다. 나발을 불며 지나가는 밤의 공벌레야. 여전히 너도 그늘이구나. 온 힘을 다해 살아내지 않기로 했다. 죽었던 나무가 살아나는 것을 보고 알았다. 틀린 맞춤법을 호주머니에서 꺼냈다. 부끄러움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아프리카>, 창비2010 = 밤이라는 시간들에 흠뻑 젖은 채 찾아오는 차갑고도 뜨거운 감성. 거기서 촉발되는 낯설게 익숙한 의식의 흐름. 어느 순간에선가 나도 모르게 위로를 받았다.  오늘도 괜히 잠이 오지 않아서 이 시를 옮겨적는다. 

이장욱, 얼음처럼

이미지
얼음처럼 이장욱 나는 정지한 세계를 사랑하려고 했다.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세계를 나는 자꾸 물과 멀어졌으며 매우 견고한 침묵을 갖게 되었다. 나의 내부에서 나의 끝까지를 다 볼 수 있을 때까지 저 너머에서 조금씩 투명해지는 것들을. 그것은 꽉 쥔 주먹이라든가 텅 빈 손바닥 같은 것일까? 길고 뾰족한 고드름처럼 지상을 겨누거나 폭설처럼 모든 걸 덮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가위바위보는 아니다. 맹세도 아니다. 내부에 뜻밖의 계절을 만드는 나무 같은 것 오늘 아침은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하다 는 생각 같은 것 알 수 없이 변하는 물의 표면을 닮은. 조금씩 녹아가면서 누군가 아아, 겨울이구나. 희미해. 중얼거렸다.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문학과지성사> = 이장욱 시인의 시집.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곱씹으며 읽을 수 밖에 없는 시들이 즐비했다. 한 편 한 편, 문장마다 들어선 시어들은 단정하고도 깊숙하게 마음을 울렸다. '얼음처럼'이라는 이 시에 시집의 제목이 등장한다. 겨울에 읽으니 계절감이 더했다. 알 수 없이 모호한 것들, 모든 것이면서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이 각자의 내면에서 차츰 투명해지고 또 단단해진다. 결코 영원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모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수려한 시들 가운데서 유독 표지에 적힌 시인의 말이 와닿았다. 아래와 같다.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하다 고 중얼거렸다. 그것이 차라리 영원의 말이었다. 물끄러미 자정의 문장을 썼다. 나는 의욕을 가질 것이다." 참고로 읽음직한 한겨레 토요판 시 코너의 이장욱 시인 글. '책보다 소중한 것들'

문태준, 바닥

바닥 문태준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그대를 사랑했으나 다 옛일이 되었다 나는 홀로 의자에 앉아 산 밑 뒤뜰에 가랑잎 지는 걸 보고 있다 우수수 떨어지는 가랑잎 바람이 있고 나는 눈을 감는다 떨어지는 가랑잎이 아직 매달린 가랑잎에게 그대가 나에게 몸이 몸을 만질 때 숨결이 숨결을 스칠 때 스쳐서 비로소 생겨나는 소리 그대가 나를 받아주었듯 누군가 받아주어서 생겨나는 소리 가랑잎이 지는데 땅바닥이 받아주는 굵은 빗소리 같다 후두둑 후두둑 듣는 빗소리가 공중에 무수히 생겨난다 저 소리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다 옛일이되었다 가을에는 공중에도 바닥이 있다 = 어디로 향해도 마음은 그저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계절. 시를 읽기가 좋은 바람이 분다. 마음의 각질들이 부슬거리는 것도 오로지 날씨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박준,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박준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 좋지 않은 세상을 견디는 힘.

이병률, 아주 넓은 등이 있어

아주 넓은 등이 있어 이병률 종이를 잘 다루는 사람이고 싶다가 나무를 잘 다루는 사람이고 싶다가 한때는 돌을 잘 다루는 이 되고도 싶었는데 이젠 다 집어치우고 아주 넓은 등 하나를 가져 달(月)도 착란도 내려놓고 기대봤으면 아주 넓고 얼얼한 등이 있어 가끔은 사원처럼 뒤돌아봐도 되겠다 싶은데 오래 울 양으로 강물 다 흘려보내고 손도 바람에 씻어 말리고 내 넓은 등짝에 얼굴을 묻고 한 삼백년 등이 다 닳도록 얼굴을 묻고 종이를 잊고 나무도 돌도 잊고 아주 넓은 등에 기대 한 사람에게 스민 전부를 잊을 수 있으면 = 착란(錯亂). 그건 1025일간의 착란이었다. 내가 너무 어리고, 미숙하고, 손쉽고, 순진해서, 그래서 열병처럼 겪은 착란이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왔다. 모든 지난 날의 실체와, 낯설기만 한 그의 정체와, 그 사이에서 애써 위안하며 외면해온 나의 질병이 까발려졌다. 갑작스러웠으나, 차라리 선물이었다. 청춘의 낭비는 이로써 충분했다. 그리하여 나는 더 이상 무의미하게 앓지도, 잃지도, 울지도 않을 것이다.

김사인, 화양연화

화양연화(花樣年華) 김사인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 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다는 말처럼이나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짓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아무도 우리를 맞당겨주지 않지 어느날부터. 누구도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지. 눈멀고 귀먹은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무것도 애닯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리니 잘 가렴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를 겯고 꽃장화 탕탕 물장난 치며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철모르는 오누인 듯 살아가거라.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거라. = 못내 영원하지 못하고 져버린 것들에 대한 꾸밈없는 작별인사.

진은영, 청혼

청혼 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도 그랬듯 미래에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 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조각처럼 = 신의 아들은 인류를 위해, 사랑에 빠진 남자는 단 한 여자를 위해 피를 흘리며 쓴 잔을 마신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몽글거리는 기분과 그 완전한 감정 안에서 오는 차분한 평안,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모두 담긴 시다. 간단한 시어들이 잔잔히 흘러가는데 톡 하고 터지는 순간이 있다. 슬프도록 아름답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살아남은 자의 슬픔

살아남은 자의 슬픔 베르톨트 브레히트 김광규 옮김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 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1944) = 문득 이 시가 떠올랐다. 영화 암살을 보고 나서다. 죽음이 도처에 즐비한 시대를 견디고 혼자 살아남는다는것, 그 먹먹한 고독의 깊이는 함부로 측량할 수 없는 것일 터. 시인은 쉽고도 명료한 단어로 그런 슬픔의 깊이를 가만히 토해내고 있다.

나태주, 사랑에 답함

사랑에 답함 나태주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사람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 명료하다.

김근, 너의멸종

김근 너의멸종 너는 멸종했다 너라는 껍질을 뒤집어쓰고 너 아닌 것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나는 실패했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아니고 어리석은 별들이 순식간에 졌다 우리의 어제는 우리와 함께 사라졌다 내일은 도착할 기약이 없고 오늘만 영원하다 땡볕 속에 응애응애 어느 병원에선가 또다시 너라는 병원체를 보유한 너의 새끼들이 태어난다 새끼들은 점점 너로 자라나 너의 흉내를 내며 너의 얼굴을 달고 지겹도록 살고 살아가고 그들의 입에서 흘려보낸 너의 메아리들이 도시 곳곳에서 불어 다닌다 수많은 벽들에 부딪쳐 본래 목소리조차 알 수 없게 된 메아리들로 거리는 온통 웅웅거리고 그렇게 혼곤하게 거리는 거리가 아닌 채로 있다 있기만 한다 나는 내가 아닌 채로 이제 그만 내 껍질을 찢어 버린다 한때 나였던 껍질이 내 문 앞에 쌓여 간다 껍질과 함께 흘러내리는 울음들은 시나 브로 화석으로 굳어가고 우리의 시간은 발굴 되지 않을 것이다 그 어느 때고, 끝없이 나는 실패하고, 사라지지는 결코 않는 오늘, 너라는 것들의 멸종은 멈출 줄을 모른다, 끝도 없이. = 할듯 말듯 멸종하지 않는 존재. 그 심연에서 나침반도 지도도 없이 유랑하는 나.

이장욱, 좀비 산책

좀비 산책 이장욱 비가 내리자 나는 드디어 단순해졌다 당신을 잊고 잠깐 무표정하다가 아침을 먹고 잤다 낮에는 무한한 길을 걸어갔다 친구들은 호전적이거나 비관적이고 내 몸은 굳어갔다 한 사람을 살해하고 두 사람을 사랑하고 잠깐 울다가 음악을 들었다 나의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나의 죽음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금욕적이며 장래 희망이 있다 1968년이 오자 프라하의 봄이 끝났다 레드 제플린이 결성되었다 김수영이 죽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나는 여전히 태어나지 않았다 비가 내리자 나는 단순하게 잠깐 울다가 전진하였다 =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장래 희망이라는 틀에 박힌 단어로 위안삼으면서. 울음조차 잠깐인 채로 그러나 무얼 위해 전진하는 지 모르는 상태로 그저 떠도는 것은 아닐까. 나의 사랑은, 나의 죽음은 변하지 않았나.

이장욱, 정오의 희망곡

정오의 희망곡 이장욱 우리는 우호적이다 분별이 없었다 누구나 종말을 향해 나아갔다 당신은 사랑을 잃고 나는 줄넘기를 했다. 내 영혼의 최저 고도에서 넘실거리는 음악, 음악은 정오의 희망곡. 우리는 언제나 정기적으로 흘러갔다 누군가 지상의 마지막 시간을 보낼 때 냉소적인 자들은 세상을 움직였다. 거리에는 키스신이 그려진 극장 간판이 걸려 있고 가을은 순조롭게 깊어갔다. 나는 사랑을 잃고 당신은 줄넘기를 하고 음악은 정오의 희망곡 냉소적인 자들을 위해 우리는 최후까지 정오의 허공을 날아다녔다. = 나는 사랑을 잃고 당신은 줄넘기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