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2015)

돌연변이

Collective Invention, 2015



이광수(돌연변이 박구), 이천희(돌연변이 상원), 박보영(주진)





국민의 알 궐리를 대변하여 진실을 알리고 약자를 보호하는 그런 기자.



팔면 안돼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외로울 것 같지 않아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물고기도 아니잖아. 꼭 나같아. 



저는 그냥 평범한 사람, 되고 싶었어요. 
이젠 여기가 더 편해요.
물, 물 좀 더 주세요.



서로 다른 두 개의 대한민국에서, 두 개의 돌연변이가 충돌하고 있었다.



가격은 저희가 정하는게 아니예요. 욕망이 정하는 거죠.



영웅은 사기꾼이 되었고, 사기꾼은 영웅이 되었다. 



진실을 찾는다는 건 진짜 기자가 되었단 거니까. 



 =

박구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흔한 대한민국의 청년이다. 용돈좀 벌어보겠다고 생동성 실험 알바를 하는 것까지도 그렇다. '평범'했던 그가 비운의 주인공이 된 건 실험 부작용으로 차츰 '생선'으로 몸이 변해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돌연변이가 된 건 분명 박구다. 그런데 자꾸만 의심하게된다. 박구가 과연 돌연변이일까. 박구를 둘러싼 모든 인물 가운데 가장 인간다운 건 박구이며, 그래서 유일한 정상인이 박구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면서 드는 의심이다. 그는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을 뿐이었다고 했고, 지극히 평범한 행동들을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게다가 그를 그렇게 만든 건 사회 구조였다. 청년 실업, 저임금 위험 노동 같은. 돌연변이를 낳은 사회가 돌연변이일까. 평범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평범한 게 옳은 걸까, 누가 평범을 규정하는가.

제약회사, 언론, 법조계, 학계, 친구, 심지어 아버지까지도 모두가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을 하고, 있을법한 행동을 하는데 그게 그렇게 씁쓸할수가 없다. 온갖 걸 종북으로 몰아가고, 맞불 집회를 하고, 이 편을 들었다가 저 편을 들고, 결국에는 자본주의 논리에 기대고, 기득권의 편의에 기대는 모습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범'하다고 여기는 체계와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흘러가는 우리 사회가 사실은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생선이 돼 가는 인간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더 흉측하고 끔찍한건데 너무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매일같이 일어나는 사건사고와 그게 해결되는 방식을 보노라면 감독의 메세지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결국엔 해피엔딩이라는 게 지독한 아이러니다. 박구는 새로운 삶을 향한 모험을 떠났고, 주진은 '어른'들이 원하는대로 착실하게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했고, 비정규직 시용 기자였던 상원은 '진짜 기자가 됐고, '인권'변호사는 정치인이 됐다. 영웅은 사기꾼이, 사기꾼은 영웅이 됐는데 모두가 행복하고, 세상은 어김없이 돌아간다. 이 아이러니가 영화를 완벽한 한국식 블랙코미디로 완성한다.

표정 하나 드러나지 않는 탈을 쓴 채인데 이광수의 연기에서 나름의 깊이가 느껴졌다. 비쩍 마른 구부정한 몸 위에 덩그러니 놓인 생선 머리를 보노라면, 청년 세대의 자화상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싸르르 아팠다. 하기 쉽지 않은 역할이었을텐데 박수를 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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