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에 신이 산다(2015)

이웃집에 신이 산다

Le Tout Nouveau Testament, The Brand New Testament , 2015












죽으면 아무것도 없어요. 여기가 천국이에요.



아이는 커서 뭐가 되나요? 어른은 뭐가 되죠?



인생은 스케이트장이야. 수많은 사람들이 넘어지지.



사람들마다 각자의 음악이 있어요. 오늘 내가 꿈을 만들어 줄게요.



삶은 내가 꿈꾼 대로 끝날 거야. 이런 행복은 상상도 못했어.


=

인간에게 시련을 주는 신을 향한, 발칙하고 앙큼한 신성모독이다. 한번쯤은 궁금해했을 법한 것들을 지극히 동심의 눈으로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다뤘다. 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을 법한 신계와 인간계의 접점이나 현대 과학의 지독한 한계들 쯤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타고넘었다.

인간을 고난에 빠뜨리는 신의 카운터파트로 여성 신이 등장한 점도 흥미롭다. 그녀를 대신해 세상에 내려온 것도, 사도를 모으고 인류를 죽음의 공포로부터 구원한 것도 딸이다. 이런 점에서 꽤나 고전적인 구도의 여성주의 영화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들이 새로 연 세상의 알록달록한 꽃무늬 하늘, 선언적인 글귀 대신 백지 위의 간단한 삽화로 구성된 성서, 중력 없는 지상, 한계 없는 사랑. 이 모든 것들이 기존 질서와 다르기에 파격적으로 아름다웠다. '완전히 새로운 신약'이라는 원제를 그대로 가져오는게 좋았을 것 같다.

그리운 벨기에 땅의 구석구석을 이런식으로나마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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