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터널 애니멀스 (2016)


녹터널 애니멀스

Nocturnal Animals, 2016


에이미 아담스(수잔), 제이크 질렌할(에드워드)




For Susan



Susan, enjoy the absurdity of our world. It's a lot less painful. 
Believe me, our world is a lot less painful than the real world.



He's too weak for you. The things you love about him now are the things you'll hate.



We all eventually turn into our mothers.



REVENGE



You're too weak. 



Nobody can gets away what you did. Nobody, nobody, nobody. 


 

When you love someone you have to be careful with it. You might never get it again.
You can't just walk away from things all the time.



I can shoot!



=

예술가가 선사할 수 있는 가장 우아하고 로맨틱한 복수. 
재능과 꿈으로부터, 사랑으로부터 현실을 좇아 달아났던 그녀는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더이상 예술을 사랑하지조차 않다는 고백은 처절하다. 빛나는 것들을 버리고 달아난 현실이라는 곳은 더없이 삭막하고 수잔은 거기서 예술에 대해서도, 사랑에 대해서도 불능의 상태에 빠져 있다. 남편은 불륜에 빠져 있고. 

그런 수잔 이름앞으로 그녀의 별명을 제목으로 내세운 초고가 도착했다. 자신이 깎아내렸던 재능이 빛나는 그 문장들 속에 하염없이 하염없이 빠져드는 기분은 어땠을까. 이것이 에드워드의 복수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홀로 남겨진 수잔의 공허한 눈동자에 모든 게 들어있다. 
나약한 것은 에드워드가 아니라 수잔이었다. 

제이크 질렌할의 시나리오 보는 안목은 가르치는 곳이 있다면 배우들이 가서 돈 주고 배워야 할 경지에 이르른 것 같다. 나이트 크롤러와 프리즈너스를 보고 데몰리션을 볼 때 제이크 질렌할이 무섭게 느껴져 몰입이 안되면 어쩌나 걱정했었다. 기우였다. 그는 그때마다 꼭 맞는 옷으로 알아입고 다른 인물로 완벽하게 분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톰포드는 제 할일도 잘하고, 영화도 잘한다. 
아름다움을 탐닉해온 전문가의 시선답게 멋들어지는 미장센 하나하나가 인상깊었다. 색감도. 오프닝시퀀스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틈틈이 등장하는 빨간색의 압도적인 상징성도 기억에 남는다.
수잔이 소설에 완전히 몰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소설이 단지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는 교차편집 역시 훌륭했다. 한 장면 한 장면은 사실 별 장면이 아닌듯한데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켜서 엄청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다만 미술관에서 'REVENGE' 작품을 너무 부각시킨건 좀 촌스러운 연출이었다. 수잔이 그저 그 앞을 지나가기만 했어도 알 사람은 다 알았을거다. 오히려 모른 채 스쳐지나가는 편이 맥락상으로도 더 들어맞고 세련됐을것 같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아마 톰포드가 영화로의 외도를 선언했을 때 제동을 걸었던 사람들은 이번 영화에 뜨끔함을 느낄 지도 모르겠다. 토니가 쏠(shoot) 수 있었던 것처럼 에드워드는 쓸(write) 수 있었고, 토니가 쏠 줄 알았던 것처럼 톰은 찍을(shoot)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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