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흑, 스탕달

적과흑
스탕달
문학동네(2014)


VOLUME 1#
이런 연극이 한바탕 벌어지는 동안, 레날 부인은 십이 년 동안이나 자기의 반려자였던 남자의 뚜렷한 현실적 불행에 한두 번 동정심을 느낄 뻔했다. 그러나 진정한 정열은 이기적이다.
p.209
어떤 철학자는 이렇게 말했으리라. 그것은 아름다움을 사랑하도록 태어난 영혼에 추잡한 것이 불러일으킨 강렬한 인상이다, 라고. 아마도 잘못 봤겠지만.
p.265

VOLUME 2#
"'항상 남이 기대하는 것과 정반대로 행동하라.' 이것이 바로 이 시대의 유일한 종교입니다. 열광해서도 안 되고 거짓으로 꾸며도 안 됩니다. 그러지 않으면 사람들이 늘 당신에게 열광과 허식을 기대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교훈을 이행하지 못하게 되지요."
p.89
그렇지만 삶의 종말이 아주 가까이 다가온 것을 안 뒤에야 인생을 즐기는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p.399
나는 그 신을 사랑하지 않았고, 사람들이 그 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 그 신은 무자비하다(그러면서 그는 성서의 몇몇 구절을 상기했다). 그 신은 내게 끔찍한 방식으로 벌을 줄 거야.......
하지만 만일 내가 페늘롱의 신을 만난다면! 그 신은 아마도 내게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너는 많이 사랑했으니 많이 용서받으리라......"
p.414
법이 존재하기 전에는 사자의 힘이나 춥고 배고픈 존재의 욕망, 요컨대 '욕망'만이 자연스럽다...... 그렇다, 존경받는 사람들이란 다행히도 현행범으로 붙잡히지 않은 사기꾼들일 뿐이다.
p.437
나는 진실을 사랑했다....... 그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도처에 위선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협잡뿐. 가장 덕망 높은 사람들에게도, 가장 위대한 인물들에게도. 그리하여 그의 입술에 역겨움의 표정이 떠올랐다...... 그렇다, 인간은 인간을 믿을 수 없다.
p.438
나는 흔들리기도 했고 불안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결국 나도 한 인간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나는 휩쓸려가지는 않았다.
p.440


=

실로 파괴적인 사랑의 모든 것. 쥘리엥은 그를 둘러싼 시대보다도 순수했기에 그 조류에 섞일래야 섞일 수 없었다. 티없는 영혼은 밑바닥까지 타락해야만 했다. 그는 그토록 동경하면서도 혐오하는 타인들에게 끝내 스며들지 못하고 부서져갔다. 뜨거운 사랑으로 스스로를 무장했지만 소용없었다. 사랑은 자주 독이 됐다. 

전반부보다 후반부의 흡입력이 어마어마했다.
전반부에서 조금은 지루할만큼 탄탄히 쌓아올린 캐릭터가 발휘하는 힘이다.
숙원 과제 하나를 해치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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