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 (2015)


캐롤

Carol, 2015
케이트 블란쳇(캐롤 에어드), 루니 마라(테레즈), 카일 챈들러



My angel, flung out of space.



Dearest, there are no accidents and everything comes full circle.
Please believe that I would do anything to see you happy 
and so I do the only thing I can - I release you.



Carol, I miss you. I miss you.



Do you hate me?
How could I hate you.



=

첫눈에 반하는 사랑은 그 자체로 강렬하고 때로는 위험하다. 여러 평론가들이 이 사랑을 '남녀를 떠나 인간으로서의 사랑'으로 묘사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그럴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굳이 그렇게 표현한 심정도 조금은 이해가 됐다. 사랑에 빠지는 그 순간의 진한 아우라가 아주 아름답게 그려졌는데 거기서 영화에서 동성애라는 표면을 벗겨낸다면 남녀노소 누구나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본질적인 무엇을 느꼈기 때문은 아닐까.

사랑에 빠진 이들의 감수성 그 미묘한 떨림을 영화는 아주 세밀하게 담아낸다. 아주 여성적인 시선으로. 내가 사랑에 빠졌던 모든 순간들이 낱낱이 거기 있었다. 그만큼이나 특별하고 보편적이면서도 촘촘했다 .

여러 제도적 금기들까지 맞물리면서 그녀들의 사랑은 세상의 저 모서리 끝으로 내몰린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조금은 돌아가지만 그 사랑을 끝내 지켜내는데 그 순간을 표현한 방식이 너무 좋았다. 군중 사이의 캐롤이 연인을 알아보았을때의 그 표정, 만면에 가득한 그들의 벅찬 감정이 스크린 바깥의 내게로 전해져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연기가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루니마라는 케이트였기때문에 연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식으로 대답했더랬다. 공감. 이 여배우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한껏 빠져드는 멋진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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