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제들 (2015)

검은 사제들

The Priests, 2015








김윤석(김신부), 강동원(최부제), 박소담(영신)






모든 악과 악으로부터 오는 협박으로부터 당신의 모성을 구하시며, 
모든 악으로부터 보호하소서.



악마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모습을 드러내면 인간들이 신을 믿기 때문이지.



네 잘못이 아니야. 동생이 더 작아서 그런 거야. 
짐승은 절대 자기보다 큰 놈에게는 덤비지 않아. 
그리고 악도 언제나 그런 식으로 우릴 절망시키지. 너희들도 짐승과 다를 바 없다고. 
허나, 신은 인간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어.



인간의 빛나는 지성과 이성으로.



 "사람의 아들아, 그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들이 하는 말도 두려워하지 마라. 
비록 가시가 너를 둘러싸고 네가 전갈떼 가운데서 산다 하더라도, 
그들이 하는 말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들의 얼굴을 보고 떨지도 마라."
-에제키엘서 2장 6절 (에스겔 2장 6절)



아가토
예 여기 있습니다.



신부님 저 괜찮아요.. 제가 꼭 붙잡고 있을게요



니가 다 했다 영신아.



=

비주류 장르는 예상을 깨고 단숨에 흥행가도에 올라섰다. 검은사제들은 강동원이라는 스타파워가 어디까지 힘을 뻗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영화였다. 너도나도 한국에서 엑소시즘 영화가 흥행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로 단 하나, 강동원을 꼽았다.
강동원은 굳이 분류하자면 비주얼 탓에 연기력이 제 빛을 보지 못하는 배우다. 연기력이 탄탄한 미남 배우가 실험적인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게다가 다작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한국 영화에 축복이다. 
복잡하게 머리 굴리지 않아도 수단을 차려입은 강동원이 아기돼지를 목줄에 매고 명동 거리를 거니는 모습이나, 그 옷자락을 휘날리며 명동을 내달리는 모습, 장엄한 연기 속을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르며 한발한발 움직이는 모습은 피사체만으로 압도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가슴이 두근거리데 공포 때문이 아니라 설렘 때문이라는 아이러니가..)
영화의 교훈이 대략 이런 거랄까. 아름다움은 두려움을 이긴다... 랄까.. -_- 아무튼 무서운 장면에 이르러 객석 곳곳에서 남녀의 탄성이 터지는데 공포보다는 감탄에 가까운 소리였다.

여기 힘을 보탠 건, 슈퍼 루키 '박소담'. 
언젠가부터 이런저런 영화에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싶더니 검은사제들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벌써 올해만 해도 베테랑, 사도에 잇따라 등장해 짧지만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검은사제들에서는 직접 외국어까지 소화하며 '신 들린 연기'를 보여준다. "영신아 니가 다 했다"는 김윤석의 대사대로 이 영화는 박소담이 다 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이유다. 
무쌍에 귀염담백한 외모 때문에 박소담을 한예종 동기인 김고은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간 박소담이 덤덤하게 밟아온 연기의 스펙트럼을 아는 관객이라면 하기 힘든 얘기다. 이번 작품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은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영화 자체와 배우에 대한 얘기는 이쯤 하고, 내용상으로도 나쁘지 않았다. 기독교적 가치관에 바탕을 둔 휴머니즘이랄까. 모순된 말일수도 있겠지만. 검은사제들은 신이 악에 승리하도록 창조한 인간을 위한 한 편의 찬가다. 증오와 저주, 죄악을 견디고 인간의 사랑과 희생의 힘은 끝내 승리한다. 종교의 본질이나 기독교적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최부제를 싣고 한강을 향해 달리는 택시기사는 신의 도움을 상징한다. 기독교 신자로서 이 대목이 좋았다. 신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아주 낮은 모습으로 우리 곁을 찾아온다는 기독교적인 신념이 담백하게 구현된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는 전신주가 무너지고 대로변의 차량이 모두 뒤엉키는 교통사고가 한창인 가운데 마치 다른세상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졸고있다가 최 부제를 태운다. 다리 위에 도착해서는 또 한번 죽음의 위기에 놓이는 최부제를 구해낸다. 택시 번호가 성탄을 의미하는 1225였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나는 보지 못했다. 

사실 영화를 두고 단편을 장편으로 다듬는 과정에서 스토리가 탄탄하게 보강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꾸준했다. 그러나 검은사제들은 그런 한계를 넘어서 평단으로부터도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고, 대중에게도 외면받지 않고 있는 듯하다. 비교적 열린 결말을 두고 속편에 대한 기대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속편이 나온다면 분명 스토리나 개연성 측면이 보강되어야겠지만 어느 정도 관객 몰이는 보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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