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부탁해, 권석천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계층의 고통에도 공감할 수 있었던 그때, 그 분열의 감수성 말이다.
보수진보의 깃발이 구심력을 잃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의 희망은 그렇게 작은 분열들에서 싹틀지 모른다.
p.49, <성공담이 듣고 싶은 당신께>


인간은 말(언어)의 포로다. 세상에 나와 배우고 익힌 말로 생각하고, 대화하고, 글을 쓴다. 그래서 말을 장악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권력은 총구(銃口)가 아닌 말에서 나온다.
p.73, <'공권력'을 민영화하라>


법을 배운 자들이 저러할진대 누구에게 억울함을 하소연할 건가. 법도 끝까지 우기면 되는 건가. 법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나는 그런 수군거림이 무섭고 두렵다.
p.163, <국정원 청문회의 검투사들>


정권 전반기,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 '순한 양'이었다가 후반기에는 죽어가는 권력 앞에서 '호랑이의 이빨'을 드러내곤 했다. 그 과정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이 일그러지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것이 과연 개개인의 출세욕과 얼마나 분리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p.212, <'펀치' 검사들이 사는 법>


진실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한 사회가 진실을 끝까지 가리지 않고 '편한 진실'을 추구하는 것은 정의에 반한다. 판사는 여론에 휘둘려서도, 재판 원칙 뒤에 숨어서도 안 된다. 끊임없이 불편해야 하고, 그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것이 헌법이 판사의 신분을 보장해 주는 이유다. 
p.257, <낙지 살인, 그 편한 진실>


민주화와 정의를 향한 여정은 나의 오른팔을 없앤 자에게 왼손을 내미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오직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
p.383, <원칙이 우릴 삼킬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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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주니어 기자들의 롤모델인 권석천 선배의 칼럼 모음집. 깨알같이 좋은 글들을 구슬처럼 꿴 보배 같다. 아껴아껴 읽었다. 이미 칼럼니스트로서 많은 글쟁이들의 흠모를 받고 있는데도 쉼 없이 고민이 묻어나는 글을 지면으로 내놓는다는 게 대단하다. 
분명 1~2년 전에 쓴 칼럼인데도 요즘 세상 돌아가는 신문에 갖다 놔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달라지지 않았다. 
언젠가는 이런 좋은 칼럼을 쓰고 또 써서, 벼리고 도 벼리고 추리고 또 추려서 나도 칼럼집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내 코가 석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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