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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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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 Me Before You, 2016 멜로/로맨스 미국 110분 2016 .06.01  개봉 테아 샤록 에밀리아 클라크 (루이자),  샘 클라플린 (윌 I don't want to go in yet.  I just want to be a man who's been to a concert with a girl in a red dress. You are scored on my heart, Clark. You were from the first day you walked in, with your ridiculous clothes and your bad jokes and your complete inability to ever hide a single thing you felt. You make me into someone I couldn't even imagine. You make me happy, even when you're awful, I would rather be with you-even the you that you seem to think is diminished-than with anyone else in the world. I have become a whole new person because of you. I though, briefly that I would never feel as intensely connected to the world, to another human being as I did at that moment. Live boldly. Push yourself. Don't settle. Just live well. Just LIVE. = 존엄사를 너무 가볍게 다룬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원작인 영화를 애초에 완벽하게

캐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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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Carol, 2015 드라마 ,  멜로/로맨스 영국 ,  미국 ,  프랑스 118분 2016 .02.04  개봉 토드 헤인즈 케이트 블란쳇 (캐롤 에어드),  루니 마라 (테레즈),  카일 챈들러 My angel, flung out of space. Dearest, there are no accidents and everything comes full circle. Please believe that I would do anything to see you happy  and so I do the only thing I can - I release you. Carol, I miss you. I miss you. Do you hate me? How could I hate you. = 첫눈에 반하는 사랑은 그 자체로 강렬하고 때로는 위험하다. 여러 평론가들이 이 사랑을 '남녀를 떠나 인간으로서의 사랑'으로 묘사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그럴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굳이 그렇게 표현한 심정도 조금은 이해가 됐다. 사랑에 빠지는 그 순간의 진한 아우라가 아주 아름답게 그려졌는데 거기서 영화에서 동성애라는 표면을 벗겨낸다면 남녀노소 누구나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본질적인 무엇을 느꼈기 때문은 아닐까. 사랑에 빠진 이들의 감수성 그 미묘한 떨림을 영화는 아주 세밀하게 담아낸다. 아주 여성적인 시선으로. 내가 사랑에 빠졌던 모든 순간들이 낱낱이 거기 있었다. 그만큼이나 특별하고 보편적이면서도 촘촘했다 . 여러 제도적 금기들까지 맞물리면서 그녀들의 사랑은 세상의 저 모서리 끝으로 내몰린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조금은 돌아가지만 그 사랑을 끝내 지켜내는데 그 순간을 표현한 방식이 너무 좋았다. 군중 사이의 캐롤이 연인을 알아보았을때의 그 표정, 만면에 가득한 그들의 벅찬 감정이 스크린 바깥의 내게로 전해져 심

로렌스 애니웨이(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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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애니웨이 Laurence Anyways, 2012 자비에 돌란 멜비 푸포(로렌스 아리아), 쉬잔느 클레먼트(프레드 비레어)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넌 싫어한거네. 내 몸만 사랑했어? 하늘 아래 한계는 없는 거야. 반항이 아니에요. 혁명이죠. 건강을 지킬 것, 위험을 피할 것, 과거를 잊고 희망을 거질 것. 너의 이름에 맹세해.  ecce homo(이 사람을 보라). 우리 사랑은 안전하지 않았지만 멍청하지도 않았어. 남편 선물로 가발을 사 봤어? 당신이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고 생각해? 나는 그녀를 A.Z. 라고 불러요. 모든게 그녀로부터 시작되고 끝나기 때문이죠.   로렌스, 넌 내 삶과, 마을과, 거리의 국경을 넘어왔구나. 이제 우리집 대문만이 남았네.  날 어디서 찾을지는 알고 있겠지. 내가 너 사랑하는 거 알고 그러는 거지? 아들보다 사랑한다고! 우리는 너무 높이 날았어.  아래로 내려오지 않을 거야. Laurence, anyways. = '이 사랑을 보라!' 이런 사랑이 있을까. 얼마나 사랑해야 가능한 걸까. 이다지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나 있는 걸까. 감독은 어떤 삶을 살아온 사람이기에 사랑에 대해 이렇게도 깊고 촘촘하게 그려낼 수 있는 걸까. 느낀 게 참 많고 할 말도 참 많은데 그래서 더 적기가 힘들다.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더듬게 하는 영화였다. 기나긴 러닝타임도 찰나처럼 느껴졌다. 너무나도 많은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갔다. 사랑으로 어디까지를 극복할 수 있는것인지 평소 틈틈히 꽤나 치열하게 고민해왔기 때문일 거다. 이 지독한 사랑이 결국 가능했던 건가, 아니면 그 거침없던 사랑도 끝내 한계에 부딪혔다는 건가. 거기에 대한 판단도, 감상도 쉽

진은영, 청혼

청혼 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도 그랬듯 미래에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 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조각처럼 = 신의 아들은 인류를 위해, 사랑에 빠진 남자는 단 한 여자를 위해 피를 흘리며 쓴 잔을 마신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몽글거리는 기분과 그 완전한 감정 안에서 오는 차분한 평안,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모두 담긴 시다. 간단한 시어들이 잔잔히 흘러가는데 톡 하고 터지는 순간이 있다. 슬프도록 아름답다.

더 랍스터(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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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랍스터  The Lobster, 2015 요르고스 란티모스 레이첼 와이즈 ,  콜린 파렐 ,  레아 세이두 ,  벤 위쇼 ###스포일러있습니다 여긴 분명, 나라도 시대도 알 수 없는 근미래의 디스토피아다. 모두가 사랑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곳이다. 사랑이라기보다는 '반쪽'에 대한 집착이라고 해야 하나. 여기서 반쪽은 말 그대로 반쪽이어서 상대가 없는 존재는 미완이요, 불량이다. 미완의 존재들은 수용소나 다름없는 호텔로 보내진다. 호위호식이 편치 않은 그런 곳이다. 주어진 시간이 지나고 덧없이 짐승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제도 안에서 인정 받고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모두가 필사적으로 짝을 구해야 한다. 짝을 찾는 방식은 기괴하고 기계적이다. 사회학자 커플, 코피를 자주 흘리는 커플, 근시 커플. 이렇게 나와 상대가 아닌 타인들의 눈으로 분류 가능한 특질들이 마치 절대적인 운명처럼 작용해 한 쌍을 만든다. 맺어진 한 쌍에게서 느껴지는 감정 또한 진정한 사랑이나 행복, 기쁨이기보다는 '안도'다. 인간으로 남을 수 있게 됐다는 어떤 일말의 안도. 이런 제도를 벗어난 외톨이들 사이라고 편치도 않다. 결국 둘이 되거나 오롯이 혼자가 되거나를 강요당하는 셈이다. 가뜩이나 오묘한 영화의 분위기가 한단계 더 뒤틀리는 건 데이비드가 호텔을 빠져나와 외톨이 무리에 속했을 때 비로소 찾아온 사랑에 위기가 도래하면서부터다. 그는 결코 사랑해선 안될 곳에서 천생연분과도 같은 근시 여인을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진다. 여인이 시력을 잃게 되면서 이들 관계는 벽에 부딪힌다. 매일같이 이것저것 물어보지만 매번 기대와 다른 답을 들으며 좌절하는 데이비드의 모습이 어찌나 아이러니한지. 영화가 이 사랑의 '진정성'을 부여하는 방식이 압권이다. 골 때린다고 해야 적확한 표현이겠다. 외톨이 리더를 처단하고 숲을 빠져나온 데이비드는 내사랑그

나의사랑 나의신부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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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나의 신부 2014 임찬상 조정석(영민), 신민아(미영) 여자에게 첫사랑이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의 첫모습이래. 시가 삶이 되고 삶이 시가 되는 거야. 그렇지만 시 때문에 소중한 것을 놓쳐선 안 돼. 시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쓰는 거야. 영민씨가 내 첫사랑이야. =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받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 사랑을 지켜나가기위해 서로 노력하는 삶은 숭고하다.

슬럼프

장황하고 두서없는 헛소리. 술은 늘 글을 부른다. 1 이처럼 모든게 어렵게 느껴진 시절은 없었다.견줄 만한 때를 꼽으라면 고3 봄 첫사랑과 헤어졌을 그 시간들이려나. 너무 어렸던 나는 어디선가 주워본대로 멍청하게 소주병 나발을 불고 전봇대를 들이받아보기도 했다. 여기저기 기대어 꺽꺽 울며 별의 별 진상과 추태를 다 부려봤다. 지금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깊이의 관계였지만 열여덟의 나에겐 그가 평생에 한번 만날 법한 소울메이트로 느껴졌기에 그 분리를 견딜 수가 없었다. 한편으론 대입이 삶의 전부처럼 왜곡돼 보이던 그 나이의 나에겐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시간과 감정을 소모하고 있는 스스로가 견딜 수 없이 한심하기도 했다. 지금은 되려 그때의 미숙한 순수가 스스로 귀여워 보이거나 그리워지기까지 한다. 그 사이 8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내게는 그 나날만큼 켜켜이 굳은 살이 배겼다. 좀 더 중요한 일들이라던지 그래도 끝내 챙겨야만하는 의무랄 게 생겼다. 스물다섯의 나는 지난 사랑이 한낱 몇 병 술따위론 씻겨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슬픈 노래 가사의 클리셰들을 경험으로 체득했고 습관처럼 듣는 그 노래들이 결코 상한 마음을 치유하진 못한단 점을 안다. 모든 것은 결국 지나가기에 숱한 상처를 봉합하는 일은 시간과 망각의 일이란 것을 안다. 방금 나를 떠나간 사람이, 혹은 내가 방금 떠나온 사람이 생의 마지막 인연은 아닐거라는 점도 알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무던해지기 위한 사투를 이기지 못하고 백기를 든다. 지나간 사랑을 넘어설 마음을 일으키지 못할까봐 겁에 질린다. 그런 나를 상대가 우습게 알까봐 두려워 가슴속은 곪아든다. 아는 것과 사는 것은 다르다. 어른이 되는 괴로움은 거기서 시작된다. 2 모든게 엉망진창으로 변한 채 연휴가 끝났다. 오랜 벗들을 만나 사는 얘기를 나누고 집으로 가는 길, 사람들은 늦은밤 막차의 빈틈을 빼곡히 메웠다. 그리고 문득 이 모두가 어느 수준 이상의 책임을 수반한 사랑의 결실들이라는 생각이 나를 압도했다

로맨스가 필요해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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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남자들과 입을 맞추고도 왜 내가 혼자 있는지 깨달았다. 내가 이 남자를 가장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가 바빠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네 시간을 기다려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첫키스를 한 지 1000일이 된 거, 그런 것쯤 나한테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그 말 몇마디면 되는데. 막차가 떠날 때까지 윤석현은 안왔다. 그때는 그게 나를 사랑하지 않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냥 이 닫힌 문이 동굴이고, 그는 어두컴컴한 동굴에 들어가 겨울잠을 자고 있는 한 마리 곰일 뿐임을 안다. 그때의 나는 순수하고 아름다웠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다면, 조금 다른 연애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 사랑받고 싶었다. 하지만 구걸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원하는 건 뜨거움이 아니라 애틋함이다. 정답고 따뜻하고 반짝반짝한 느낌. 나에게 필요한건 로맨스였다. 지금 질투하는 거잖아. 왜, 질투하면 안돼? 질투하면 찌질한거야? 난 질투 유치하다고 생각 안해. 질투는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고백이야. 질투라고는 모르는 너 같은 인간이 건강하지 않은거지. 생각해보니까 나는 한번도 너를 좋아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  도대체 진심이 뭔지 몰라서 지치고 힘든데, 근데도 난 너 좋아해. 미친거지 내가. 그 입맞춤이 좋았다. 첫키스보다 좋았다. 사랑한다는 말보다도 좋았다. 만진다. 잡는다. 간다. 온다. 가르친다. 외출한다. 본다. 느낀다. 슬퍼한다. 화난다. 밉다. 운다. 웃는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많이많이 사랑한다. 상처입는다. 상처입힌다. 키스한다. 그리고 잔다. 이 수많은 말들중에 나하고 상관 없는 거 있어? 넌 항상 끝이 아니야. 여기가 끝이다 싶으면 또 다시가. 어. 나는 끝까지 가는 사람이야. 마음이라는 건 육체의 어디에 붙어있을까. 어디에 붙은건지 몰라서 마음이 아플 때는 속수무책 앓고 있는 수밖에.

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

D.H. 로렌스의 정의에 따르면 그녀는 다른 사람, 다른 나라, 다른 연인 같은, "다른 것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낭만주의자였다-그것은 랭보가 청춘 시절 "la vie est ailleurs(인생은 다른 곳에 있다)"라고 했던 말의 메아리와 같다. 하지만 다른 것에 대한 갈망을 병이라 한다면, 이런 병은 어디서 생겼을까? p.9 사랑의 첫 단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지만, 욕망은 사소한 실마리에서도 피어났고, 공백을 메우고자 상상력이 발휘되었다. p.80 경제의 세계에서는 빚이 나쁜 것이지만, 우정과 사랑의 세계는 괴팍하게도 잘 관리한 빚에 의지한다. 재무 정책으로는 우수한 것이 사랑의 정책으로서는 나쁠 수가 있다-사랑이란 일부분은 빚을 지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뭔가를 빚지는 데 따른 불확실성을 견디고, 상대를 믿고 언제 어떻게 빚을 갚도록 명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주는 일이다. p.140  에릭은 듬뿍 사랑받거나 미움받는데 저항하는 것 같았다. 그 남자는 앨리스가 관계에 의심을 품을 때를 감지하는 촉각을 갖고 있었지만, 그 전에는 그녀의 감정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이것이 의식적인 현상이라면, 그 남자가 며칠간 앨리스를 무시하는데는 극단적인 데가 있었다. 그러다 그녀가 화내기 직전에 물러서거나 사과하는 식이었다.  앨리스는 사랑하는 남자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했다. 그 남자의 행동은 여전히 수수께끼였다. 에릭은 처음 만날 날과 똑같이 복잡해 보였다. p.149 위니캇과 피아제의 이론을 앨리스와 에릭에게 적용하는 것은 지나친 일일지도 모르지만, 영속성이라는 문제는 공통된다. 여기서는 대상 영속성이 아닌 사랑의 영속성 문제다. 이 사랑의 영속성이란 무엇인가? 상대가 당장 관심의 징표나 신호를 보내지 않아도 사랑이 지속되리라는 믿음, 상대가 밀라노나 빈에서 주말을 보내더라도 다른 정인과 카푸치노를 마시거나 초콜릿 케이크를 먹지 않으리라는 믿음, 침묵은 단순

Le week-end (2013), 위크엔드 인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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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의 딥키스가, 남편과의 달콤한 전화통화가 의아한 일로 여겨지고 그 시선이 농담처럼 소비되는 현실이 슬프다.  이 부부처럼 유쾌하고 신명나게 쉼 없이, 지침도 없이 사랑하며 늙어가고 싶다.  섹스보다 사랑이 어렵다는 고민을 그토록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털어놓다니. 런닝타임 내내 배나온 이 영국인 아저씨는 줄곧 귀엽다.  같이 늙어간다는것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일이다. 아름다운 일들이 흔치 않은 현상이 돼 가는 시대에, 나는 여전히 그걸 꿈꾼다. @아트하우스 모모 2014. 05. 04. 

어바웃 타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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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모두가 함께 하는 여행이다.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We are all travelling through time together, everyday of our lives. All we can do is do our best to relish this remarkable ride. Live life as if there were no second chance. 인생은 누구나 비슷한 길을 걸어간다. 결국엔 늙어서 지난날을 추억하는 것뿐이다. 결혼은 따듯한 사람하고 하거라. = 시간을 되돌린다면, 과연 나는 모든 일들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을까. 지나고 난 뒤에 후회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지난 실수와, 지난 미숙함과, 지난 오해들로 상처를 주고받은 일은 셀 수조차 없을 것이다. 요즘 계속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그때그때의 내 작은 실수들, 작은 소홀함, 작은 무심함이 모여서 마음을 조금씩 깎아내렸을 것이다. 그렇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자주 실망을 안겨주었다. 하루하루, 순간순간에 최선의 성의와 예의를 갖춰 삶을 만끽해야 한다. 맞는 얘기다. 그만큼 알고 있으면서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만끽'은 아름다우면서도 어려운 말이다. 순간을 만끽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뒤늦은 사과를 하고 싶지만 방법은 없다. 지금은 먹먹하기만 한 지난 날들도 언젠가 추억으로 넘겨버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추억과 마음 사이의 온도차를 극복하기 위해 아마도 매일매일 나는 좀더 부지런하게 주어진 순간을 살아내야만 할 것이다.

미술관 옆 동물원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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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게 처음부터 풍덩 빠지는 것인 줄로만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들어 버리는 것인 줄은 물랐어." "요즘 사람들 사랑은 같은 음악을 듣더라도 각자 이어폰을 끼고 듣는 꼴 같아. 조금은 이기적이고 또 조금은 개인적이고 왠지 뭔가 자기가 갖고 있는 걸 다 내주지 않는..." "난 정말 달인가 보다. 내 안에서는 노을이 지지도 않으며, 그에게 미치는 내 중력은 너무도 약해 그를 당길 수도 없다." "멀리 있는 별들은 더 빨리 멀어져서 절대로 따라잡을 순 없다지. 그는 그 별들처럼 더욱더 멀어지고 난 결코 그에게 다가갈 수 없겠지. 그와 나 사이엔 수억 년의 차이가 있다. " "평균 수명이 길어졌으니까 그만큼 철도 늦게 드는 거야." "별은 언제나 과거의 빛이다. 저 별의 현재는 이미 먼 미래가 되어버렸다. 현재를 아주 보잘것 없이 만드는 그 막대함이 마음에 든다." "해보고 나서 후회하는 게 시작도 안하고 아쉬워하는 것 보다 나아. 후회보다 미련이 훨씬 오래가는 법이거든." 오래된 멜로 영화는 촌스럽지 않다. 멜로라는 장르의 본질은 시대가 흐른대도 크게 변할 것 없는 그 무엇이기 때문일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나 오늘날 수목드라마에서나 98년에 개봉한 영화나 2018년에 개봉할 영화. 이들의 대사 한 줄에서 내 감정을 단련할만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건 줄리엣도, 춘희도, 태공실도, 나도 모두가 같은 감정을 앓는 까닭이다. 누군가에게 물들어간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자신을 되찾기까지는 그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눈먼 감정의 바다를 한없이 헤맸다. 한 발짝 떨어져 내 어린 감정을 돌아볼 때, 나는 부끄럽지 않은가? 미안해야 하는지, 고마워야 하는지, 미워야 하는지, 정다워야 하는지, 그리워야 하는지. 복잡하다. 확실한 건 사랑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