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노바디 (2009)
미스터 노바디
Mr. Nobody, 2009
Why am I me and not somebody else?
You have to make the right choice. As long as you don't choose, everything remains possible.
Remember. Remember. Remember.
At my age the candles cost more than the cake. I'm not afraid of dying. I'm afraid I haven't been alive enough. It should be written on every school room blackboard: Life is a playground - or nothing.
Each of these lives is the right one! Every path is the right path. Everything could've been anything else. And it would have just as much meaning.
In chess, it's called Zugzwang, when the only viable move is not to move.
This is the most beautify day of my life. Anna. 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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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시련이다. 컵케익을 골라야 하는 다섯살 난 아이로부터 임종을 앞둔 어른이 되기까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의 파장에 집중할수록 선택 자체는 어려워지고 삶은 괴로워진다. 자꾸만 어제를 되새김질하고, 내일을 두려워하면서 눈앞에 펼쳐진 진짜 삶을 누릴 기회를 스스로 잃어버린다. 아는 것은 힘일까, 독일까. 모든 것을 알게 되면 오히려 길을 잃을까.
옳은 선택은 없다. 모든 선택 뒤에 따라오는 삶의 순간들이 저마다 가치있을 뿐이다. 생의 매 순간은 그래서 축복이다. 다만, '만약' 없이는 아무래도 사는 동안 깨닫기가 쉽지 않다. 보통 주인공들이 그걸 깨달은 뒤는 대개 너무 늦은 뒤다. 감독은 '늦은 뒤'를 보여주기보다 스크린위에 것은 니모 노바디의 3가지 사랑, 9가지 인생을 수놓아 '만약'의 실체를 제시한다.
그 과정에서 자코반도마엘의 '동심의 눈'이 빛을 발한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에서도 돋보인 그 특별한 시선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특히 출생 이전의 유토피아를 그린 장면이 좋았다. 니모가 자라나 소년이 되기까지 이어지는 단순하지만 철학적인 독백들도 맘에 사무쳤다. 결국 가장 순수하고 절대적인 진리는 동심과 맞닿아있는지도 모르겠다.
제각기 다른 삶을 사는 니모의 인생을 펼치는 교차 편집 기법도 좋았다. 흐름을 따라가기는 조금 힘들었지만 한 가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시간과 삶을 물리적으로 표현하기에는 더없이 훌륭한 연출이었던 것 같다. 수영장 장면, 다큐멘터리 녹화 장면 등도 손꼽히게 감각적이었다.
아쉬운 점은 주어진 삶과 선택을 만끽하라는 주제를 희석시키는 몇 가지 요소다. 우리 존재 본질 자체에 의문을 던지는 부분이 문제다. 이 모든게 아홉살 니모 노바디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고 실체가 없는 것이라면? 영화가 지금까지 던져온 질문과 해답에 균열이 생긴다. 니모 노바디는 모든 것을 선택하는 철없는 신이고, 우리는 그 속의 부속물일 뿐인 걸까. 감독이 말하고자하는 더 깊은 바가 있었는데 내가 이해하지 못한 걸 수도 있겠지만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자레드레토의 작품 보는 눈은 정말 뛰어나다. 어느 순간 부터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도 군더더기없이 좋았다. 장면마다 반짝이는 그의 푸른 눈동자에서 눈길을 거두기가 힘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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