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몰리션 (2015)


데몰리션

Demolition, 2015





제이크 질렌할(데이비스), 나오미 왓츠(캐런), 크리스 쿠퍼(필)









Julia was a nice girl, a good person. She worked with special needs children, she snorted when she laughed and cried every time they showed footage of the Towers falling. Other than that I don’t think I knew who she really was. She always said I didn’t pay attention. I find I’m suddenly starting to notice things I never saw before. Well, maybe I saw them, I just wasn’t paying attention.



Man loses his wife, he's a widower. Child loses a parent, they're an orphan. But losing a child... there is no word for this. And it shouldn't be.



Phil said it himself, “If you want to fix something you have to take everything apart and figure out what’s important.”



Repairing the human heart is like repairing and automobile. You have to take everything apart, just examine everything, and then you can put it all back together.



Fuck is a great word but If you use it too much then it just loses its value and you just sound stupid.
Fuck you.
Exactly. I feel nothing and you sound like an idiot.



Nobody wants carousels anymore. They want roller coasters that go upside down and make you puke.


Where exactly are you feeling numb?
Sort of in this whole area right here.



What are we doing again?
We’re taking apart my marriage.



There was love between me and Julia. I just didn’t take care of it.





=

당위(當爲)의 껍질을 깨부수자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쓴 줄도 몰랐던 가면 뒤의 진심과, 권태로 빛바랬던 사랑, 일상 뒤에서 홀로 무너저내린 상실감이. 너무 아프면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 걸까. 잃는 것에, 슬퍼하는 것에 미처 준비돼 있지 않았던 한 남자는 진솔한 작별을 위해 삶을 완전히 파괴해야만 했다. 그가 실제로 부수는 건 남들 눈에 보이는 그럴싸한 결혼생활과 집 같은 껍데기들이었지만 그 파괴의 의식을 통해 자기도 모르게 수년간 스스로를 감금해온 무감각을 해체한다.

주변의 시선 따위는 중요치 않다. 그걸 신경쓰는 게 위선이라는 걸 데이비스는 안다. 자기만의 방식이 필요했고 그걸 끝내 찾아내 스스로를 위로하고 사랑하는 아내와 작별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두고 수군대지만, 남들 시선에 연연하느라 제대로 매듭을 짓지 못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그는 하지 않는다. 대신 천천히, 롤러코스터를 쫓느라 바쁜 가운데 망가진 채 방치했던 회전목마를 제자리에 세우고, 음악과 춤을 되찾고, 화려한 생활과 무료한 일상 속에 무뎌진 감정의 날을 다시 벼린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바닥까지 표현해내는 장마크발레 감독의 통찰은 대단하다. 최고로 손꼽는 영화 중 하나인 카페 드 플로르를 본 뒤에 절실히 느꼈던 바다. 어디까지 겪어봐야 이런 표현이 우러나는 걸까 싶은. 그 영화가 며칠이나 마음을 움켜쥐고 놓지 않아서 한참을 멍하게 지냈다. 이번 영화는 그에 비해서는 강렬하지 않고 잔잔한 편인데 요란하지 않게, 깊숙히 스며드는 느낌은 그 나름대로 또 훌륭했다. 상실이라는 감정 자체와도 어울리는 온도로 담담하게 그려냈다. 고요 속에 그만의 클라이막스도 있다.

이야기나 연출 뿐 아니라 거기 버무려진 음악도 감칠맛났다. 카페드플로르에서는 남자주인공 직업이 음악감독이라 유독 감각적인가 했는데 이번 영화도 음악이 압권이다. 망가진 회전목마를 만났을 때 흘러나온 쓸쓸한 La boheme, 길거리를 미친듯 쏘다니며 되는대로 춤 추는 데이비스의 귓속에 흐르던 Mr.big,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흘러나오던 Warmest Regards. 뒤따라 나직이 깔리는 데이비스의 목소리까지. 한 남자의 인생에 대한 편지를 주크박스와 함께 받아본 기분이었다.

다만 감정선이 비교적 불친절한 느낌이 들긴 한다. 그 공백을 제이크 질렌할의 묵직한 연기가 채운다. 괴물 같은 배우다. 눈빛만으로, 한번의 손짓만으로 데이비스의 조각조각을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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