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일본, 오키나와
나의 첫 번째 일본, 오키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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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국의 복장을 한 피카츄들. 귀여워서 살 뻔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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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들이 즐비하다 |
조금 늦은 여름휴가를 오키나와로 가기로 한 데는 여러가지 계산이 있었다. 우선은 돈 계산을 했다. 이런 저런 계획으로 돈을 알차게 모으기로 다짐했건만 잘 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아시아를 벗어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추려진 게 태국, 대만, 일본, 베트남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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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리성 무료 춤 공연 첫 순서. 아름다움이 가장 강조된 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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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는 동안 발이 되어 준 버스들. 시간표, 노선도 몰라서 한참을 해메었는데. 터미널 가니 정보가 많았다. 잔파 비치 근처의 터미널. |
하지메마시떼, 도조 요로시꾸 오네가이시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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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거리의 비오는 야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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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거리 한복판에 있던 우리 숙소. Guesthouse KALA. 화장실 바닥 타일까지 예뻤다. |
첫 저녁은 맥도날드에서 먹었다. 치킨치즈버거였다. 한국에는 없는 메뉴라 골랐다. 어떤 나라엘 가든지 맥도날드에 가서 그 나라의 메뉴를 먹어보기로 한 것은 내가 여행에 눈을 뜨던 때부터 정한 규칙이다. 맛도 있었고, 할 일을 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는 편의점에 들러 이것저것 산 뒤 호로요이와 과자로 '혼술'을 했다. 두근두근했다. 모든게 만족스러워서.
오키나와의 바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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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레마제도. 전부 다이빙 하려는 사람들이 탄 배다. |
그래서 예정과는 다른 코스로 다이빙을 했다. 어쨌든 케레마 제도까지는 갔고, 결과적으로 토카시키섬 인근까지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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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미터 파고의 위엄. 이거 배 2층에서 찍은 건데 이수준이다. 양손으로 의자를 잡지 않으면 빠질것 같아서 제일 약한 수준의 물보라를 찍고 그만뒀다. |
아침내 내리던 비가 그치니 햇살에 부서지는 파랗디 파란 물결이 청량하니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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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입수를 째고 배 위에서 발 담그고 놀면서 내려다본 바닷속. |
케레마 제도 다이빙이 특별했던 건,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닷 속 거북이를 만났기 때문이다. 꽤나 큰 거북이를 두 번이나 봤다. 조류가 상당해서 나는 제자리에 있기조차 힘들었는데 거북이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물살을 헤치고 달렸다.
세번째 입수도 있었는데 진이 다 빠지는 바람에 들어가지 못했다. 족히 일흔은 되어 보이는 일본인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거뜬히 들어갔는데 말이다.
체력이 수치스러웠다. 한번더 들어갈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많이 했지만 지치면 답이 없기 때문에 자제하길 잘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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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같다. |
그렇지만 아직 삶에 미련이 남아서 배 타고 잘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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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마에다곶 인근의 비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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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학생들이 다이빙을 하더라. 여기가 정말 평온하고 예뻤다. |
두 번째 바다는 '푸른동굴'로 유명한 '마에다 곶'. 비치 다이빙이었는데 장비를 지고 물 속에 들어가기까지가 고역이었다.
친구를 설득해서 한 다이빙인데 별볼일 없을까봐 걱정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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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 오겡끼데스까? 도리, 이마 도꼬데스까? |
푸른동굴 쪽보다도 오히려 두번째로 들어간 반대편 깊은 물이 더 좋았다. 좀 더 깨끗하고,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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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m까지 들어갔다. 좋았다. 깊고 푸르고 짙은 물 속. |

처음 계획을 세울 때는 다이빙이 끝나면 인근 비치에 가서 또 해수욕을 하고 액티비티도 해 보리라 다짐했었는데. 헛된 망상이었다. 체력이 한참 부족했기 때문이다. 강렬한 햇빛 아래서 더 쉽게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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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파비치. 저기서 결혼하면 좋을 것 같았다. |
이런 걸 곁에 두고 습관처럼 보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죽기 전에는 꼭, 바닷가에 살아보고 말 것이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가 하늘과 바다를 오묘한 분홍색으로 물들였다.
전부 다 내가 좋아하는 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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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저녁. 숙소에서 10분쯤 걸어가면 나오는 츠키지 3대째 푸른하늘 이라는 스시집. 스시들이 황홀하게 입에서 녹아내렸다. |
여행에서 주로 기대하는 것은 이국의 낯선 풍광과 유적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 헤아릴 수 없는 외국어의 음율에서 오는 청각적 즐거움 같은 것이다. 이런 자극들이 압도적인 가운데 만족도의 정점으로 온 감각을 끌어올려주는 것은 단연 음식이다.
일본은 아주 맛있는 나라였다.
뭘 먹어도 내가 좋아하는 맛이 났다.
친구의 친일 결심에도 음식이 기여한 바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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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도착한 뒤 함게 맛본 첫 저녁. 오키나와식 가정식을 파는 곳인데 줄서서 20분을 기다렸다. 그럴만했다. 흥분한 나머지 손가락이 함께 찍히는 줄도 몰랐다. 유우난기라는 식당. |
충격적인 건 오키나와의 음식이 일본에선 맛이 없는 편이라는 것이었다.
아니 어떻게 이게 맛없는 음식일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모든게 맛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기다리거나 번거롭더라도 되도록 맛있다는 집에 가서 먹었다.
돌아다니면서 그 인근에서 소문난 가게는 다 들른 것 같아서 보람찼다.
음식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허기가 밀려드는 기분이다. 본능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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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거리 포장마차 거리에서 2차로 갔던 곳. 오키나와식 오코노미야키를 시켰다. 안에 우동면이 들어간 신기한 형태였다. |
혼자 말고 둘이
혼자 다니는 여행도 적당히 적적한 대로 재미있지만, 역시 맘 맞는 사람과 함께가는 여행이 좋다는 걸 새삼 느꼈다. 사진 한 장 찍어달라고 구걸할 일도 드물고, 그때그때 느낀 감정을 모국어로 서로 나눠갖는 재미가 쏠쏠했다.
흥에 겨워 이런저런 헛소리를 해도 들어줄 사람이 있는 게 어찌나 든든한지.
여러가지 음식을 함께 시켜 맛볼수 있다는 점에서도 참 좋았다.
여러가지 음식을 함께 시켜 맛볼수 있다는 점에서도 참 좋았다.
다음엔 또 어디로 여행을 갈 수 있을까. 돌아오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 탓에 여행에 대한 기대도 부풀어오르는 것이겠지만, 줄곧 여행만 하면서 살면 참 좋겠다.
내일은 또 로또를 한 장 사야겠다.
어느덧 삼 주라는 시간이 뚝딱 흘러버리니 오키나와에서의 기억이 꿈처럼 아득하다.
정말 의미있는 여행기를 남기려면 그날 그날 현지에서 일기처럼 적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생각을 2014년부터 했는데 아직까지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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