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오랜만에 자정을 넘겨서까지 술을 마셨다.
춘삼월을 앞둔 이날 문산행 막차 세번째 량에선 20여명의 승객이 줄곧 유지됐다.
타고 내리고 또 타고 내렸다.
그중 단 한명만이 손에 든 책에서 눈길을 거두지 않았고 또 다른 한 명은 술에 취해 기우뚱거렸다. 홍대입구역에서 역무원들 손에 붙들려 탄 이었다.
직장 동료인 두명은 직원 관리에 대한 얘기에 목소리를 높였다.
나머지 모두는 고개를 스마트폰에 쳐박은 채 집으로 향했다. 그중 절반은 귀에 이어폰을 꼽은 채였다.

다들 뭘 그렇게 보고 또 듣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자정을 내달리는 밤의 열차는 고요했다.

눈 감으면 곧 출근이구나

다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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